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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교육칼럼] 학교생활기록부,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고3 학생들은 수시원서 접수를 앞두고 대입 수시 제출용 학생부 기록이 마감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수시에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하며,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의 진위를 파악하고, 학생부에 기재된 기록을 보고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학교생활기록부로 상급학교 진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교사별로 기재 격차가 상당하여 표준적인 작성요령이 존재하지만, 학교별·교사별로 기재가 천차만별이다. 오죽했으면 교육부에서 글자수까지 통제한다.

교육부가 작년 8월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하고, 동시에, 경쟁·입시 중심의 고교교육을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바꿔나가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중장기적 고교교육 혁신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교육부의 학생부 기재 개선 사항에는 대입제공 수상경력 개수 제한(학기당 1개, 총 6개까지 제공), 자율동아리 학년 당 1개(동아리명, 30자 이내), 소논문(R&E) 모든 항목에 미기재, 방과후학교 활동 미기재, 기재 분량 축소, 교사 연수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과도한 경쟁 및 사교육을 유발하는 학생부의 요소와 항목을 정비하고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깊은 의미가 있다.

특히, 고교 학생부(창체 특기사항, 행특 종합의견)의 경우 기존 4천 자에서 2천200자(200자 원고지 11매 상당)로 개선했다. 문제는 교사별로 기재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일정한 틀(기재요령, 글자수가 담긴 한글 파일)을 주고 이에 맞춰 미리미리 작성하라고 한다. 일명, ‘셀프 학생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입시컨설팅업체 등에서 작성한 셀프 학생부는 교사에게 이메일, USB 등의 형태로 건네진다.

그렇다고 교사가 일일이 그 많은 학생들의 셀프 학생부를 검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일부 학교와 일부 교사들의 일탈된 셀프 학생부는 학생이 스스로 창작해서 만들어가는 소설로 변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는 공정성과 공평성, 정의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대입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행위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통제가 필요하지만, 건드리면 큰 일나는 역린처럼 만연한 현실 속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교사들의 학생부 기재내용은 그나마 글자수가 좀 줄어 낫지 싶지만, 한 항목(500자)만 해도 100명 입력기준으로 5만 자라 단편소설 두 세편은 된다. 이에 따라 대입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과 교사들은 셀프 학생부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교사들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학생에 대해 관찰한 내용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인원이면 좋지만, 넘치는 학생에 대해 코멘트를 기재하는 행위가 어렵다. 교사가 매번 관찰하고 기록한 내용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학생부를 기재하는 시즌이 되면, 학생들이 작성해오는 셀프 학생부와 결합해 좀 더 충실하게 보일 수 있기에 주저하게 된다.

교사가 학생의 변별적인 특성을 사실에 근거해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의 수업 시간수 축소와 업무 경감 등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교사는 허위, 부실, 부당 기재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당국은 학생부에 대한 교사들의 기재 격차해소 및 신뢰도 제고에 힘써야한다. 학생부 작성과 관리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높이는 비결은 기재·관리 표준화 지원을 함으로써 현장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학생부는 학생의 성장 과정을 담는 기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이 글자수가 많으면 우수학생으로 인식하는 오개념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입전형을 주관하는 교육부와 대학에선 일선 학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입시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진행되도록 객관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민은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접하게 되었을 때 심각한 박탈감이 생기며,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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