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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황혼의 부르스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아온 어느 황혼객에게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이기에 이토록 고단 합니까? 하고 우문에 가까운 질문을 했더니 그 분이 당신의 경험을 미루어 노년의 행복을 위해 살아오시며 부단히 준비해 두신 삶의 지혜를 일러주어 감탄했던 적이 있다.

타고난 허약체질을 보강하려 무엇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천천히 산책을 하며 심호흡을 하고 서도에 심취하며 선인들의 좋은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무리하지 않으며 후회 없이 인생을 살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생활속에서 실천 할 수 있는 소박하며 담대한 철학을 지닌 분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다름으로 생각과 신념도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생물적인 욕망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

이는 수도자든, 성직자든, 그 욕망을 부인할 수 없으며 그 욕망에 얽메이는 삶을 떠나 존엄한 가치를 추구 하려는 과정을 달리 할 뿐이다.

흔히들 ‘노년기를 상실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방학숙제를 모두 마친 홀가분한 마음으로 삶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계절이기도하며 향기 그윽한 알찬 열매를 거두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노년은 인생의 가장 찬란하고 멋진 때가 된다.

생활이 빈곤하고 어려운데 어떻게 행복한 마음을 지닐 수 있겠느냐며 반문할 수있지만, 조급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바꾸고 담담한 마음으로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현실의 잡다한 고통도 조금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오늘 이토록 고통스러운 현실도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날’이었음이며 살아 있음을 늘 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관조하는 어진 눈과 마음을 지니면 행복한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법이다.

박목월의 수필 ‘씨 뿌리기’에는 호주머니에 늘 은행 열매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하고 대답한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지만, 송유가 70세 때 고희연을 하며 귤 열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는 10년 뒤 귤 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떴다.

이 이야기는 ‘송천필담’에 나온다.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노인 행세를 하며 공부도 놓고 일도 안 하며 그럭저럭 살다 죽을 날만 기다리는 100세 시대의 조로는 너무도 이르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라기 마련이며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가객 이미자의 황혼의 부르스를 부르며 나도 어느날 맞이할 황혼의 준비를 위해 진지한 성찰을 하여본다.

“황혼이 질 때면 생각나는 그 사람 가슴깊이 맺힌슬픔 영원토록 잊을길은 없는데 별처럼 아름답던 그 추억이 내마음을 울려주네 목이메어 불러보는 당신의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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