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채석강 백서

 

 

 

채석강 백서

/김미정

우리가 키로 서서 바라만 보려할 때

바다는 모로 누워 말씀에 가 닿으려

겹겹이 무늬를 밀어 들어 올린 채석강



해 저무는 외변산 첩첩 쌓인 물결 언덕

풍경이 풍경 속으로 스며드는 그 자리

흐르던 시간이 멈춰 돌아보고 돌아보는



바람은 예까지 와 필사를 도왔으리라

바다가 너른 만큼 다 받아 적었으리라

층층이 깊이를 더해 증거물로 놓인 책

 

 

 

 

시인은 경북 영천에서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시조집 ‘고요한 둘레’, ‘더듬이를 세우다’, 현대시조 100인시선집 ‘곁’. 이영도시조문학상,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를 접하고 보니 문득 여행일기를 묻어나게 하는 시다. 여행은 반드시 자기 발로 길을 열어가는 여행이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떤 길도 찾아갈 수 없다. 우리들의 인생도 혼자서는 갈 수 없다. 여행의 힘을 상기한 이 시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이미지화 시켜 바람과 주고받는 어스름한 저녁 한때를 되돌려 읽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늘 불안하고 무섭다. 바다의 끝은 언제나 수직으로 하늘과 맞닿아 있고, 하늘이 바다를 감싸고 있는 가운데 정점은 이 시에서도 한편의 그림처럼 펼쳐있다. 형상의 변화들을 시인의 관조적인 시선으로 이미지화 시켜 그려낸 작품이다./박병두 문학평론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