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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프랑스 전시를 위한 여름을 보내며

 

 

 

 

 

통영으로 진도로 기차여행 부산까지 유난히 국내여행을 많이 한 여름이 갔다.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속에서 가을이 느껴진다.

팔달산 중턱에 위치한 행궁재는 주변 막힘없이 하늘이 커다랗게 들어온다. 맑은 푸른색을 펼쳐 놓은 투명한 모시천 같기도 하고, 청색 비단을 입힌 블루 캔버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주변 환경의 민감한 반응을 마음에 담는다.

올해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청_Blue project는 한국의 전통적인 청색을 표현했다. 청색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아청색, 옥색, 남색, 감청색을 임원십육지, 규합총서등 고서에 의거해서 모시에, 비단에 물들이며 색을 재현 했다. 그 색들을 만들며 마음속으로는 오랫동안 눈에 담아 두었던 행궁재 하늘색을 기억 했다. 계절마다 만들어 내는 하늘색을 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공간속에 홀로 유영 하는 느낌으로 항상 그위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한 상상력을 펼치곤 했다. 그 느낌으로 청색을 재현하면서 아름다운 청색에 고운 이름을 붙인 선조들의 감성에 감탄을 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한없이 펼쳐진 푸르고 푸른 통영 앞 바다도, 진도 아리랑을 연상케 하는 진도의 파랗게 유려한 바다도, 그리고 감탄을 자아낸 부산의 바다도 온통 다양하고 아름다운 청색의 향연이었다. 또 가는 곳마다 깨끗하기는 최근 몇년동안 본 세계 도시들 중 최고 였다.

특히 마지막 여름을 불태우는 아침 해운대 바다와 하늘은 청색속에 들어가 있는 환상을 자아냈다. 더불어 부산 기장의 비온뒤 낮게 드리우진 회청색의 파도치는 바다와 하늘은 전통색을 재현 하며 왜 이런색이 나오지 하는 의문의 답을 주었다.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개인전을 준비하며 수없이 마음의 욕심을 덜어 내는 노력을 한 이유가 모두가 청색 때문이었다. 마치 인생에서 마음을 비운다는 표현처럼, 작품도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지울 것은 지워야 마지막에 최고의 진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한국의 오방정색, 오방간색을 넣은 작품을 다 보여 주고 싶었다. 또한 전시 장소가 파리에서 3시간 넘는 중남부에 위치한 머큐리호텔이라 오픈날 100명이 넘는 초대 손님들에게 한국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하는 흔들림도 있었다.

유난히 청색을 좋아 하는 한민족은 100년전 영국 할머니 이사벨라 비숍의 표현처럼 잘 생기고 재치 있는 지성의 모습으로도 표현되어 지기도 한다. 우리안에 숨겨진 지성과 감성까지도 남김없이 표현 되는 것이 우리가 쓰는 색인데, 이는 우리의 자연과 문화 환경의 연관성 때문이다.

이제 모든 작품 제작은 끝났다. 다양한 청색으로 물들인 모시와 얇게 비치는 옥사 비단을 한국전통바느질인 감침질과 한땀 상침을 이용하여 손바느질을 해서 현대적 표현을 하였다. 멀리서 보면 그냥 단색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화면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방법이다.

그속에는 맑고 투명한 곧은 심성을 가진 한국인의 모습을 담았다.

또 일주일간 머물며 다양하게 진행될 워크샵 준비를 위해 행궁재갤러리 조연주가 제작한 한국전통보석을 이용한 창작품 또한 푸른 청색이 담겼다. 아마도 마음속에 담아온 부산의 청색들이 수많은 색중에서 선택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똑같은 재료로 같이 제작 했지만 그중 청색계열로 만들어 내는 창의적 작품들을 보면서 이렇게 색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한국문화가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남중부도시 클레르몽페랑에서 한국섬유예술로 제작된 한국의 청색이 어떻게 보여지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 또한 새로운 도전 이기에 설레임으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데, 한알의 밀알이 되어 돌아 오리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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