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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노 시인, 시선집 리아스식 사랑 등 출간 화제

 

시선사刊 김왕노 시인의 시선집 ‘리아스식 사랑’을 비롯한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출간과 동시에 천년의 시작刊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이 최근 출간됐다.

8일 시인과 평론가 등에 따르면 수원의 대표적인 시인 김왕노의 시들은 생래적으로 먼 바다를 거쳐 온 시다. 시의 감도(感度)는 격랑을 헤쳐 온 은물결처럼 감미롭다. 대표적인 시편들은 남성적인 발화로 시작하지만 그 궁극은 아련한 사랑이며 아득한 그리움이며 종내에는 숨길 수 없는 슬픔과 닿아 있다. 현재 한국 시단은 자폐적인 언어와 소아병적인 대상에 매몰돼 메아리가 없는 시들이 난무하고 때에 시가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고 멀어져 가는 동시에 문학을 매개로하는 문학단체들의 양상도 부끄럽다.

시선집인 ‘리아스식 사랑’ 대표작품으로 ‘낙과’, ‘바다 약국’, ‘없는 사랑에 대한 에스프리’, ‘말 달리자 아버지,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너를 꽃이라 부르고 열흘을 울었다’ 등이 있다.

동시에 출간한 새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도 시선을 모은다. “천년 우물물 같은 푸른 시로 채우는 고집”의 결실이다. 시인은 이전 시집들에서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를 시적 상상력으로 승화시켜 우리를 문학적 감동이 범람하는 시의 장으로 초대한 바 있는데, 이는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가 일반적 문법이나 감상적 정념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인생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 간혹 거친 언어와 직정적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시인이 추구하는 ‘푸른 시’의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형권 시인의 말을 빌리면 시인이 늘 ‘푸른 시’를 고집하는 이유는 “푸름을 상실하고, 문명의 이기와 속악한 욕망으로 갈변된 곳”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건청 시인은 “좋은 시는 깊은 미궁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독자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그 미궁의 근원을 찾아가면서 현란한 환희를 만나게 된다”며, 시인은 시를 통해 비루한 현실 세계를 버리고 심미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며, 그의 시가 “시적인, 너무도 시적인 믿음”이어서 믿음직스러우며, “시적 유토피아를 향한 시인의 푸른 고집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대식 시인은 “좌충우돌 진창의 이미지를 힘차게 헤쳐 나와 창랑滄浪에 이르는 시편들은 생명력으로 가득하다”며, “그가 내리찍는 이미지들은 살아서 꿈틀대며 도망을 가다가 다시 붙들려와 선연한 상처를 남긴 채 문자화된다”고 말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아름다운 성찰의 깊이와 달관한 사유를 발견하게 된다. 바다의 광활함과 파도의 격렬함에 대한 동경이 보이는 시집 속에서, 깊은 바다 속의 생명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어머니 바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애잔하다”며, “빛으로 크기를 조절하는 파인더에서 비친 시인의 성찰과 사색의 힘들이 서럽도록 재생의 시간을 불러내준다”고 말했다.

김왕노 시인은 자서에서 “사랑으로 험난한 인생을 이겨야 한다. 시로 절망을 이기고 살아가야 한다. 세상 누구나 애정결핍으로 살아가기에 그리움에 매달리고 사람이 곁에 스쳐 갈 때 그리움이 등처럼 탁 켜지기도 한다. 사람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센서가 있어 그리움을 환히 켜고 산다. 별도 그리움 때문에 별빛이 휘도록 보내고 등도 그리움 때문에 타오르다가 몇 초롱 목숨까지 바닥내 버린다. 시도 그리움의 산물이자 그리움이란 담금질과 무두질로 태어난다. 하여 시에는 솟대의 청동 울음 같은 그리움이 있다. 그리움을 고봉으로 퍼먹는 허기진 새벽이 있다. 누가 그립다. 또 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왕노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문광부 지정도서)’,‘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위독’(박인환문학상 수상집)‘사진 속의 바다’(해양문학상 수상집),‘그리운 파란만장’(세종도서 선정), 디카시집‘게릴라’,‘이별 그 후의 날들’등이 있으며, 제8회 한국해양문학대상, 제7회 박인환문학상, 제3회 지리산 문학상, 제2회 디카시 작품상, 제4회 수원시문학대상, 제24회 한성기 문학상, 2018년 올해의 좋은시상(웹진 시인광장) 수상. 현대시학회 회장, 글발 단장, 현 한국시인협회 부회장,‘시와 경계’, ‘수원문학’주간을 맡고 있다.

/조현철기자 hc1004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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