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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삶을 빛으로 바꾼 열여섯 소녀의 도전

강박증 벽에 갇힌 세상을 깨고
‘나 자신’ 존재 깨달음 얻는 과정
정밀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내

‘마음의 병’ 끓어 안은 채 사는
독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전해

 

 

 

사람들에게는 꼭 지켜야 하는 자기만의 습관이나 규칙이 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손을 씻는 행동, 아침에 일어나 나갈 준를 할 때 순서를 정해놓는 행동 등이 그 경우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소한 규칙들이 일상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닐 뿐더러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데, ‘불안한 마음’이 보내는 위급 신호일 확률이 높다.

바로 오십 명 중 한 명꼴로 앓고 있다는 ‘강박증’ 이야기다.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지속적으로 떠올라 불안해지는 마음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질병이다.

‘고장난 하루’는 강박증의 벽에 갇혀 삶이 헝클어진 열여섯 살 소녀 아나가 다부진 의지와 주변의 애정 어린 도움을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정밀하게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아나는 한쪽 눈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는 네페르티티의 흉상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동질감을 느끼는데, 말미에 흉상의 정면을 마주 보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게 완벽해야만 대단한 게 아니라는 것과 불완전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완벽한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는 아나가 강박증이라는 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와 ‘나 자신’으로 살기를 결연히 다짐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약하고 부족한 면에 사로잡혀, 가능성을 낮춰 생각하고 한계를 지었던 독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작품은 아나와 브루노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상황을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느 날 아나는 브루노에게 강박증을 고백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브루노는 아나를 통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계를 이해하는 동시에, 강박증이 아나의 전부가 아닌 일부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아나 또한 자신의 병을 외면하고 감추는 데 급급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강박증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다.

무엇보다 불가능해 보이던 무모한 도전을 가까스로 성공시킨 기억, 그 소중한 추억에 기대어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게 된다.

서로를 통해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우정이나 사랑이라는 관계가 가진 힘과 온기를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처럼 작품은 강박증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과 반응에 초점을 맞춰 마음의 병을 끓어 안은 채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청소년들이 처한 막막한 오늘을 현실감 있게 전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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