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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경제심장 경기도, 일본수출규제 대응 나섰지만

 

 

 

‘대한민국 경제심장 경기도가 살리겠습니다’, ‘대한민국 기술독립 경기도가 앞장섭니다’ 경기도청 앞뒤 전봇대에 걸린 배너광고 문안이 눈길을 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무한 대결로 증폭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일본의 제재조치가 몰고 올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심장을 내 세우는 경기도가 이 상황을 방치할 수만은 없어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조치에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소재·부품산업지원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총 321억여 원 규모다. 일본의 경제 침공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소재·부품 국산화 연구 개발사업 100억 원, 기술개발사업 100억 원, 글로벌 기업과 연계한 부품 국산화지원 10억 원, 시스템 반도체 국산화지원 10억 원 등이 투입된다.

경기도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이후 피해기업 현장방문, 수출규제 대응 TF회의 등을 통해 소재·부품산업육성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앞으로 3년 동안 소재·부품·장비 연구 및 개발(R&D)에 5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막막하다”, “심각하다”, “고민이다”, “우려된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과 답답함을 호소한다.

기업은 국산제품을 쓰고 싶어도 신뢰할 만한 국산제품이 어디서 생산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가 국내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갖춰주어야 할 것이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땜질 방식으로 기업지원을 운운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기업과 소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란다. 소통은 좋지만 기업인을 오라 가라 하듯 해서는 안 된다. 전례 없는 경제 전쟁이다. 여전히 기업은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술혁신이다. 이참에 일본산 소재·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국제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가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게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주도 R&D는 기업주도 R&D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기업이 주도권을 갖고 R&D투자·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나 경기도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규제를 풀어야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밉든 곱든 좋든 싫든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어떤 형태 던지 공존·공생할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주력 산업의 목줄을 겨냥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한 건 지극히 옳은 말이다. 반목과 대결보다 대화 협력이 절실하다.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사무총장을 연임하며 성공적인 외교를 펼친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일본과의 외교 갈등에 이렇게 밝혔다. “한일 간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있지 않았습니까. 방치하다 곪아 터졌죠. 곪아 터진 걸 만지작만 해봤자 덧나기만 하지요. 대통령이 나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사를 보내 물밑에서 교섭할 단계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안을 갖고 협의를 해야죠. 외교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습니다. 너무 일본을 적대시해서 상대를 안 하겠다는 것은 문제예요. 명분, 체면 따지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기업, 국민, 나라입니다” 따끔한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경기도차원에서 해법을 찾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번개조치에도 불구하고 자금지원을 요청한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게 단적인 증거다. 정부가 불편한 현실을 응시하고 다각적인 협상채널을 가동하면서 외교협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일 간 갈등을 다루기 어렵다고 손을 놓는다면 무슨 해법이 나오겠는가. 서로의 입장에 매몰되지 말고 한·일 간 정말로 원하고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협상해야 한다. 입장을 놓고 협상하면 감정이 앞선 충돌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협상하면 분명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9월 유엔총회를 비롯해 다자 정상외교 일정도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의 영욕(榮辱)으로 얽혀있다고 해서 영원히 파국으로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끓어오른 감정을 추스르고 양국 정상이 마주 앉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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