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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천등산 천년고찰, 안동 봉정사2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봉정사는 천등산에 자리하고 있다. ‘천등’이라는 명칭은 봉정사의 창건설화와 관련이 있다. 봉정사를 처음 창건한 분은 신라 문무왕 때 능인대사로 보고 있다. 당시만 해도 천등산은 대명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대명산의 바위굴에서 수년간 수도를 하던 능인대사에게 아름다운 여인이 찾아와 능인대사의 지덕에 반해 찾아왔다며 능인대사를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능인대사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고 끝내 그 여인에게 깨달음을 주어 돌려보낸다. 능인대사가 돌려보낸 여인은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능인대사를 시험하기 위해 내려온 천상의 여인이었다. 여인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옥황상제가 내려준 하늘의 등불로 바위굴을 밝혀주었고, 환한 불빛으로 더 깊은 도를 닦을 수 있기를 기원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능인대사는 득도를 했고, 도력을 이용해 종이 봉을 만들어서 날려 보냈다. 그리고 종이 봉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앉은 곳에 사찰을 지었고 그 사찰이 바로 봉정사이다. 봉정사가 자리한 천등산도 하늘의 등불로 인해 득도를 하였다하여 천등산이라 불리며, 바위굴도 천등굴이라 이름 지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봉정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천등굴을 굳이 찾아 가는 이유는 그 곳에 가면 왠지 득도할 것 같은 느낌에서다. 천등굴에서 득도를 하면 봉정사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모니불처럼 될 수 있을까? 볼 때마다 표정이 달라지는 대웅전 석가모니불은 늘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강한 마법이 있는 듯하다.

대웅전 왼쪽에 자리한 극락전은 봉정사의 시그니처 같은 곳이다. 이 조그마한 사찰에 사람들의 발길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요소가 바로 극락전에 있다. 국보 제15호인 극락전은 우리나라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인조3년(1625)에 작성된 상량문에 따르면 극락전은 고려시대의 건물로 공민왕 12년(1363)에 중창한 건물이다. 공민왕 12년에 중창을 했으니 실제 극락전의 나이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음을 의미한다.

극락전은 고려시대의 건물이지만 극락전에는 통일신라시대의 특징들도 남아 있다. 건물 기둥의 윗부분에 설치되어 공포를 받아주는 부재를 주두(柱頭), 즉 기둥머리라고 하는데, 기둥머리와 공포의 짜임새를 이루는 소로의 굽 받침 유무와 굽의 형태에 따라 어느 시대의 건축물인지 알 수 있다. 굽 받침이 두껍고 굽이 오목하면 고구려시대이고, 굽 받침이 없이 오목굽이면 통일신라시대, 오목 굽에 가느다란 굽 받침이 있으면 고려시대, 굽 받침도 없고 오목굽이 아니면 조선시대이다. 이곳 극락전은 굽 받침이 없고 오목굽이어서 통일신라시대의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극락전의 통일신라시대의 흔적은 창방 위에 놓여 도리를 받치는 화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극락전의 화반은 아래쪽은 넓고 위쪽은 좁은, 화반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이다. 복화반 아래의 창방에는 특이하게 용 그림이 그려져 있고 용의 색깔도 각각 다르다. 극락전은 정면 3칸으로 이루어진 작은 건물이지만 여느 사찰 건물과 다르게 가운데는 출입문이, 좌우 칸에는 문이 아닌 살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운데 난 문을 통해 극락전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에 아미타불을 모셨다. 아미타불 뒤로는 후불탱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 후불탱화는 고종 37년(1900)에 그려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극락전에는 통일신라와 고려, 그리고 조선시대가 한데 어우러져있다. 하나의 건물에 이렇게 다양한 시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극락전에 드나드는 지금의 중생들을 더한다면 극락전은 시간을 거슬러 시대를 융합하고 서로 소통하게 하는, 융합과 소통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실로 봉정사의 시그니처 답다.

대웅전에서와 마찬가지로 극락전도 반전의 매력이 있다. 겉에서 보이는 단순함을 넘어 화려하지만 결코 사치스러움을 넘지 않는, 실속 있는 반전매력을 지닌 봉정사, 추석연휴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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