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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는 머리카락을 번뇌초, 무명초라고도 부른다. 불교에 귀의 하는 출가자들은 행자시절을 거쳐 득도식을 거행하는 날 삭발(削髮)을 하고 사미승이 된다. 번뇌초 무명초라는 머리카락을 말끔히 깎음으로써 아집·교만·유혹 등을 떨쳐내고 수행자의 자세를 갖추라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오래전 인도에서는 삭발을 큰 치욕으로 여겨 중죄인에게 내리는 형벌 중 하나로 사용했다. 하지만 석가모니가 출가한 뒤 나무 아래서 손수 삭발한 이후 바뀌었다. 불가의 수행자들이 속세의 인연을 끊고 세상의 번뇌를 떨쳐버리기 위해 하는 종교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세에선 사뭇 달랐다. 특히 조선 시대가 그랬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효지시야(不敢毁傷孝之始也).’ ‘효경(孝經)’의 한 대목처럼 신체는 털과 살갗까지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어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 해서 머리카락에 목숨까지 걸게 했다. 스스로 하지 않는 삭발도 있다. 이럴 경우는 대개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수치심을 주기 위해 동원되는 체벌 성격이 짙다. 범죄자 관리가 이에 해당하며, 2차 대전 후 독일군과 사귀던 점령국들의 여자들을 독일군 철수 후 강제로 삭발시킨 후 거리에서 모욕감을 준 것도 이런 차원이다.

현대에 들어 사람들이 삭발을 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삭발로 인해 많은 메시지가 전달된다. 따라서 삭발은 ‘반항’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특별한 목적과 의미를 담아 머리를 깎는 행위여서다. 중요한 시험·결전 등을 앞둔 수험생·운동선수 등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삭발하기도 한다. 시위나 파업 등에서 대중 선동이나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현상도 일반화된지 오래다. 공개적으로 삭발식을 갖고 결의를 보여주는 일도 잦다. 얼마전 조국 장관 임명을 규탄하는 차원에서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삭발을 감행한데 이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했다. 항의의 표시인 그들의 행동을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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