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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해바라기

해바라기

/하상만

해바라기 꽃의 절반은 꿀이 없는 가짜 꽃이다

꿀벌을 모으기 위해 가장자리의 절반이 필요하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 그게

해바라기의 생존법이다

가짜가 절반을 넘어서면

꿀벌은 점점 꽃을 찾지 않는다

가짜가 전부가 되면 꿀벌은 죽을 수도 있다

그전에 다른 꽃을 찾아갈 것이다

센 볕에 목을 비틀며

해바라기는 그럴듯함의 수위를 조절한다

살아갈 수 있는 거기까지의 그럴듯함,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해바라기와 꿀벌도 모두 살아 있다.



- 시집 ‘간장’ 중에서

 

 

 

 

해바라기는 큰 꽃 안에 아주 자잘한 꽃을 빼곡히 담고 있다. 해바라기 씨 하나하나에 다 꽃이 달려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꽃 하나하나가 다 향기를 만들어낸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비경제적인가. 그러니 꽃이 향기를 맡고 올만큼만, 딱 그만큼만 향기를 퍼뜨리면 된다. 살아갈 수 있는 거기까지의 그럴듯한 수위 조절이 해바라기 생존법의 최고 핵심이다. 우리도 세상을 살면서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의 한계치에서 가장 적당한 수위를 조절해야 할 때가 있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 곧 지쳐서 그 일을 그만두게 된다. 또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적은 일이 주어지면 기대치가 없어 또한 곧 그 일을 그만두게 된다. 그러니 무엇이건 그럴듯함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잘 알아서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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