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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 시선]횡성, 예버덩문학의 집에서

 

 

 

보길도와, 횡간도, 제주도에서 다시 예버덩문학의 집에 입실했다. 생각이 많아서 마음이 괴로운 것인가, 아니면 마음이 괴로우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인가, 자주 알 수 없는 신열과 통증을 겪는다.

섬 생활의 고립감, 늘 변덕스러운 날씨, 높은 물가며 섬사람들의 배타적인 경계심에 적응해야 할 불편함도 있었지만 도시사람들 곁에서 떠나 지내는 마음은 더 잃을 것도 아까운 것도 없었다. 말을 하지 않고 설득과 이해를 요구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행복감이 이렇게 평온한 것인가 하는 제주도에 대한 그리움이 든다.

창작촌에는 필자를 비롯, 작가예비 지망생을 포함 5명이 살아간다. 인간애와 따스함도 깊어서 정 깊은 인연으로 입주환영식이라고 할까, 소슬한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각기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며 밤의 시간을 보냈다. 혼자 섬에서 보내는 때와 다르게 밥을 먹는 질서도 필요하다. 문학촌에서는 방송과 신문을 접하지 않아서 좋다. 어쩌다 세상안부를 열면, 경제는 매우 어렵고 냉랭한 바깥세상들이 감지된다.

내 기준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없었는지, 어떤 잣대나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과 차별하는 일은 없었는지, 상대를 인정해 주는 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마음과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건 역지사지(易地思之),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때다. 자신보다는 타인의 입장에서 사유의 깊이를 넓게 보는 게 문학이다.

예버덩문학의 집에는 숲으로 우거진 자연의 힘을 체험하게 된다. 흙내음, 작은 돌들, 돌 사이와 작은 바위틈을 뚫고 흐르는 물소리, 나뭇잎 사이를 비끼는 햇살과 주천강 휴양림 냇물소리며, 방가로 위로 떨어진 빗방울소리는 환상의 음률이다. 근처에는 살구도 나무마다 탐스럽게 열렸다.

이곳 문학의집 대표 조명시인의 남편 데이트 신청이 퍽 인상적이다. “지성인이 지성인끼리 대화나 좀 할까요?” 그렇게 만난 조시인의 부군은 법학자로 퇴직하고 주말이면 고향 이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 세상과 뒤로하고, 자연과 벗 삼아 문인들과 살아가는 시인이 부럽기도 하다. 생기가 넘치듯 태풍이 몰고 간 자리에서 인지 주천강 물소리는 더 크고 웅장하다. 시인은 문예정원을 가꾸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지식의 공간을 채우고, 문학의 공간으로서 문학인들과 나눔도 실천하고 지역주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심었다는 사과나무 200 그루를 보며 훗날, 창작하는 작가들이 열매를 나눠 먹는 상상을 해 본다. 나누어줄 것이 많은 넉넉한 고향집, 시인의 눈빛을 읽으면서 보람과 기쁨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문학 촌에서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바람으로 숨을 쉬고, 같은 하늘땅에서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사람과 참새는 같다고 하면 좀 아둔해 보인다. 참새와 사람이 다르다는 점들을 가려내면 사람은 지성이 빼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밖에 세상은 날마다 상쟁(相爭)의 사회로 이어져 바람 잘 날이 없다. 세상 한 저편에 비켜서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풀과 나뭇잎을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새소리, 계곡을 내려오는 물소리는 지친 내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주는가 하면 평온함을 안겨준다. 우리사회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그려보니 마음이 무겁다.

우리 사회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세상과 거친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보자. 명절날 아버님의 잠자리를 살피고 돌아왔다. 심장이 좋지 않은 탓에 아버지는 병원출입이 잦아지더니 별채에서 가쁘게 숨을 내쉬며 주무신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돌아오니 마음이 편치 않다. 예버덩문학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글을 쓴다. 매일같이 눈을 뜨면 선물을 받는 자연의 소리가 행복감을 준다. 소나무 사이 틈을 열고 하늘을 찾아보면 노을을 녹여 풍광을 선물하는 자태와 얼마 전 태풍바람의 광풍과, 소나무가 거칠게 흔들어 대는 무서운 소리마저 자연의 위대함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이 행복함을 거친 많은 사람들과도 나눠가졌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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