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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농촌고령화, 벼 직파(直播)농법으로 극복했다

 

 

 

 

 

최대명절 한가위가 지났다. 하지만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과수밭에는 낙과가 나뒹굴었고 시설하우스는 파손됐다. 출수기에 접어든 벼는 쓰러졌다.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을 듯하다. 예로부터 “기술개발로 이로운 기구들을 만들어 활용해야만 국부(國富)가 증진되어 백성들이 넉넉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농촌의 고령화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농법을 실천하는 곳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성시에 있는 조합원 1천850여 명 규모의 작은 팔탄농협이다. 65세 이상이 52.7%를 차지해 전국 평균보다 높다.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난다. 주 소득원이 논농사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벼농사는 힘이 많이 든다.

나종석 조합장은 “어떻게 하면 노동력을 줄여가며 벼농사를 지울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벼 직파재배를 선택했다. 우선 직파재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국의 우수 재배지를 찾아 나섰다. 물론 관내 농업인들을 앞세워 갔다. 호응이 좋았다. 2017년 일곱 농가가 참여했다.

1.9ha(5천800평)에 벼 직파재배를 했다. 노동력 절감과 수량 증대 등 눈에 띄는 성과가 나왔다. 2018년에는 18농가에 20.9ha(6만2천675평)로 늘었다. 드디어 올해는 69농가에 77ha(23만2천551평)로 대폭 늘어났다. 나 조합장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기존 직파재배농가는 물론 아직 참여하지 않은 농업인들을 전남 나주 등지로 직파재배지역 견학을 위해 몰고 갔다.

벼 직파재배 정착을 위해 필요한 영농자재를 전액 무상 지원했다. 볍씨종자를 비롯해 비료, 제초제, 작목반 운영비 등을 지원했다. 농협에는 이들 농가를 지원할 직파재배용 트랙터, 파종기, 균평기, 무인항공드론, 농업용 무인보트 등 농기계를 확보했다. 이제 팔탄농협이 전국적으로 벼 직파재배 선도지역이 됐다. 직파기술을 배우려는 농업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에 그렇다. 올 5월에는 팔탄에서 200여 명의 농업인들이 모여 전국 벼 직파재배 시연회를 농협중앙회가 개최했다.

최근 전국 5개 지역에서 150여명의 직파재배 희망 농가가 찾아왔다. 벼 직파재배 기술교육과 재배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멀리 경북 문경에서부터 충남 서천, 부여, 경기 파주, 양평 등에서 온 농업인들이다. 잘 지어진 대강당에서 벼 직파재배 전문가 강의를 듣고 건답·무논직파현장에서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벼 직파재배 3년차인데 농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선진 재배기술을 배워 보다 많은 농가들이 벼 직파재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참석한 농업인들은 소회를 밝혔다.

흔히 농협은 은행 업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돈 장사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팔탄농협은 달랐다. 미수를 앞둔 나종석 조합장은 경기도내 161개의 조합 중 가장 연장자이며 6선으로 최다선 조합장이다. 그만큼 조합원으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농업부문 발전 정조대상, 화성시문화상, 자랑스러운 조합장상, 철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다.

그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나 회의, 교육 시에도 농사이야기만 한다. 쌀 문제에는 언제나 목소리 톤이 높다. 그는 기존 농사법의 일대 전환을 유도한다. 육묘, 이앙방식을 직파(直播)로 전환해 논물 이앙 때보다 ha당 75만3천 원의 생산비를 줄여 나갔다. 병해충 발생율도 기계이앙대비 최대 2.3%p 억제되고 쌀 수확량은 비슷하지만 생산비용은 10%이상 절감된다. 노동시간도 최대 42% 절감 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높기에 그렇다.

나 조합장이 벼 직파재배에 매달리는 이유는 분명하고 확고했다. 기계이앙재배에 의한 우리 쌀의 국제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수입국 쌀 가격이 우리 쌀의 2~4배 낮은 수준이다. 미국, 호주, 태국 등 주요 쌀 수입국도 대부분 직파재배로 쌀을 생산하고 있다.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을 줄이고 편한 농사를 위해서도 직파재배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 벼 재배면적 73만7천770ha 가운데 직파재배는 2만3천26ha으로 3.12%이며 이 중 무논점파가 1만8천603ha로 81%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고령화가 깊어진 농촌 현실에 적합한 농사기술을 보급하는데 열정과 신념을 가진 나종석 조합장의 벼 직파농법이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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