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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가치 창조로서의 문화예술

 

 

 

문화예술에 있어서 ‘비용 질환’이란 다른 산업과는 달리 발전된 기술을 통해 노동력을 절감시킬 수 없고 생산성을 높일 수가 없음에 따라 비용상승과 만성적자가 나타내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용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생산기술의 진보’이다. 제조기업과 달리 문화예술의 경우 노동 자체가 제품이기 때문에 기술진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비용 질환은 미국의 경제학자 보몰과 보웬이 저술한 ‘공연예술, 경제적 딜레마’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흔히 ‘보몰의 병’이라고 한다. 보몰과 보웬은 생산성 자체 말고도 생산비의 증가(노동비 증가, 고정비 증가)가 문화예술 비용의 상승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있다.

보몰과 보웬은 보고서 형태의 저술을 통해, 문화예술이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되려면 정부 및 외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로 미국에서는 예술지원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찬반 논쟁을 빚어졌다. 보몰과 보웬의 논거는 지금까지도 공연예술에 대한 외부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유력한 논리로 남아있다.

그들의 주장은 문화예술이 개인에게 문화향유의 기쁨을 주는 것 말고도 ‘후세를 위한 유산’, ‘국가의 문화적 권위 향상’, 같은 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미 문화 경제학의 선구자인 J. 러스킨은 문화예술이라는 재화의 사회적인 영양분을 ‘고유가치’로 정의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시장은 일반 재화의 시장에 비해 시장 실패의 가능성이 커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개입 그리고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보물과 보웬의 주장이다.

오페라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전통적 방식과 똑같이 제작되기 때문에 만성적 적자인 비용질환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악, 음악, 연극 등 순수예술의 경우 이러한 경제적 딜레마는 더 깊어지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국가와 귀족들의 후원을 통해 예술가 지원이라는 형태로 이뤄지고, 특히 프랑스의 경우 16세기부터 국가의 개입을 통해 문화예술의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 왔다.

보웬과 보몰은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을 3가지로 들었다. 첫째, 정부는 예술문화 작품의 공연과 전시 기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소비자가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우수한 문화예술 작품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문화교육을 통해 주민들의 문화 향수의 기회와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문화예술진흥기구인 NEA가 있는데 1990년대를 거치면서 지원산업에 변화를 겪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예술교육과 예술에 대한 접근권을 신장하는데 큰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공공 지원정책의 방향이 선회했다. 미국에서는 문화예술계의 정부 의존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NEA의 지원은 후원의 의미가 크고 오히려 민간부문에서 ‘매칭 펀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의 문화예술도 ‘공공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혼합재’로 인식해 병원이나 교육기관처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공연예술도 이제는 ‘시장원리의 경쟁’을 맞고 있다.

과거 개발도상국 시대에는 공공성에 대해 당연히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던 공공분야가 이제는 민영화를 통해 수용자들을 위한 민감한 서비스까지 대처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문화예술이라고 해도 ‘가치의 교환’이라는 경제적 논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사회적 요구에 의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오늘날 예술경제의 핵심이다. 런던대학의 제럴드 리드스톤 교수는 “예술기관의 활동 그 자체를 주목하는 이상으로, 활동 후 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술단체나 기관의 진정성이 확보돼야 건전한 문화예술 지원제도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다. 문화예술이 ‘공공재’에서 ‘혼합재’로서 좀 더 적극적인 예술경제를 도입해야 하는 명분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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