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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검찰개혁’의 불편한 진실

 

 

 

제13대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 11월 29일 김대중 후보는 영하 10도의 여의도 광장에서 연설을 했다. 130만 명의 시민이 여의도 광장과 인근 고수부지를 가득 메웠다. 이에 질세라 12월 2일 노태우 후보, 12월 5일 김영삼 후보도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외신들은 대중 집회에 동원된 사람 수가 당락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장면은 지난 주말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도 연출됐다. ‘검찰개혁’을 내걸고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2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반대편에서는 2천여 명이 모여 ‘조국퇴진’을 외쳤다. 한국당은 5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함께 150만 명이 모이는 개천절 ‘조국사퇴’ 집회를 예고했다.

SNS에서 ‘좋아요’가 몇 건인지가 정당성과 돈벌이를 담보해주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집회참가자 수가 정당성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논리적 정당성을 따지지 않고 그저 주장자가 어느 편인지, 동조자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됐다. 세력이 커도 정당성이 없다면 폭력에 불과할 수 있다.

- 세력의 다소로 정당성이 판가름 나지 않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 상황이 변한 것은 조국 법무부장관 수사 때문이다. 지난 달 27일 문 대통령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하자, 검찰은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검찰을 ‘정치검찰’, ‘적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우회적으로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 수사를 하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대통령의 핵심인 조 장관에 대한 수사야말로 검찰개혁 방안이라는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반감시킨다. 하지만 ‘검찰개혁’ 측에서는 조 장관 수사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은 지금까지 알려진 조 장관 관련 내용 중 적어도 일부가 무죄라는 것인데, 그건 누구의 판단일까? 이는 검찰수사와 기소, 재판을 해 봐야 알게 되는 일이다.

만약 조 장관 수사를 안 했다면 ‘적폐’인가 아닌가? 하기는 하되 적당히 했어야 적폐가 아닌가? 여당은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라는데, 이해찬 대표는 수사과정에서 별로 나온 게 없다고 했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으면 나올 게 별로 없을 수 밖에 없다. 서초동 시위가 있던 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정치검찰’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판단이 자신의 주장과 다르면 누구나 ‘정치검찰’, ‘검찰개혁’을 말한다.

- 간섭하지 않되 사회적 검찰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검찰개혁’과 ‘조국퇴진’을 주장하는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우울한 결론이 나온다. 즉 현재까지의 검찰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검찰 자신의 입장과 정치적 입지를 위해 검찰권을 남용해 왔다는 것이다. 매번 그랬듯이 정부교체 초기에는 집권세력의 뜻대로 적폐청산에 나서고, 임기 말에는 다음 집권세력의 뜻에 따라 현재의 권력에 대항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빠져나갔다.

결국 우리나라는 법치국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함으로서 대통령 이하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온 나라가 편을 갈라 압력을 넣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검찰 스스로 해결할 수도 없다. 이런 압력이야 말로 검찰로서는 어느 편에 서야 할지 고민하게 될 뿐이다. 검찰 스스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놓아두어야 한다. 혹 잘못된 검찰권 행사는 재판과정에서 가려지고, 부당한 불기소는 재정신청이나 헌법소원,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견제를 받아야 한다.

한 건 하고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관행을 막고, 정의롭지 않은 검사는 사회에서 도태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국민의 의식수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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