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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정장 차림의 뱀

겉은 멀쩡한데 극악한 죄를 저질러 놓고도 죄책감이 없는 사람을 ‘고장난 마음’의 소유자, 즉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 1920년대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처음 소개한 독일 심리학자 슈나이더는 광신, 자기현시, 의지력 결여, 폭력적 성격 등 10가지를 특징으로 꼽았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 냉담하다. 또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하는 유일한 범죄자 들이며 인구의 4%가 이런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도 한림대와 경기대 연구진이 전과 있는 강력범 450명을 조사해보니 25%가 사이코패스로 나왔다.

사이코패스의 재범률은 80%에 이르지만 이들을 격리할 대책은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누가 사이코패스인지 도무지 눈치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장 차림의 뱀’이란 별칭도 붙어있다. 1970년대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도 ‘귀공자’로 불릴 만큼 잘생긴 데다 달변이어서 피해자가 많았다. 100여명을 죽였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번디는 35명 살해만 인정했다. 팔에 붕대를 감은 채 여성에게 책을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둔기로 머리를 때려 납치하는 등 교활한 수법을 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으로 취급하지 않는게 보통이다. 망상 환각 환청으로 인해 분열을 겪고 행위의 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는 정신병 환자와는 달리 반(反)사회적 성격장애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연구소가 사이코패스의 뇌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전문측 전두피질과 측두극의 회색질이 적은 탓에 범죄를 저지를 때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시말해 유전적 원인과 뇌손상, 약물 노출, 가정환경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상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가 살인사건만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자백했다. 파스칼은 “인간은 신과 악마 사이에서 부유한다”고 했다. 살인의 역사를 다시 쓴 사이코패스를 보면서 인간은 신과 악마, 천사와 짐승의 중간자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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