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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처럼 이춘재 그림 그리며 자백…범행노트 있었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씨는 자신이 화성사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씨의 자백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모든 범행은 그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장장 8년간에 이뤄졌다.

짧게는 25년, 길게는 33년 전에 벌인 40여건의 범행을 이씨는 도대체 어떻게 기억해낸 것일까.

일단 이씨는 자신의 범행을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기억해낸 뒤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1일까지 9차례 이뤄진 경찰의 대면조사에서 이씨가 자발적으로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나 당시 수사기록을 이씨에게 보여줘 기억해내도록 돕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가 스스로 소환해낸 당시 기억은 구체적이기까지 했다.

이씨는 대체로 자신이 자백한 범행들의 대략적인 시기와 장소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범행이 이뤄진 장소를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했다.

마치 영화 ‘암수살인’에서 범인으로 등장하는 주지훈이 천연덕스럽게 했던 것 처럼 말이다.

경찰은 이씨가 오래전 벌어진 일을 기억에 의존해 자백한 만큼 신빙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2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그가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씨가 자백한 살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씨의 자백을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판단했다면 공식브리핑까지 열어 밝힐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이씨의 자백이 대체로 사실과 일치한다고 볼 때 그가 이토록 자세히 자신의 범행을 기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 씨가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해놨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범행노트’로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과거 범행을 기록해놨다면 이를 토대로 경찰에 자발적·구체적으로 자백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직 이씨가 범행을 적어놓은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가 자신의 범행에 대해 일종의 자부심을 갖고 개별 범행 모두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2년간 수도권에서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남규는 재판 과정에서 “사람들 많이 죽일 때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부심에서인지 그는 자신의 범행을 대체로 정확히 기억했으며 또 다른 연쇄살인범인 유영철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가 드러나지 않은 자신만의 범행 노트를 가졌는지, 아니면 정남규와 비슷한 부류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은 오래전 기억에 의존한 자백”이라며 “자백하고도 범죄를 저지른 시기나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범행도 일부 있어서 자백한 범행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건기자 90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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