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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화합과 상생의 폴리포니

 

 

 

 

 

어느 모임의 합창제에 초대를 받아서 오랜만에 귀를 즐겁게 하는 호사를 누렸다. 음악의 양식 가운데 모노포니와 호모포니와 폴리포니가 있다. 모노포니(monophony)는 화성도 대위법도 없는 단선율의 음악, 또는 그 양식을 말한다. 음악 역사상 가장 오래 된 형태이며, 고대 그리스음악, 초기의 교회음악이 그 좋은 예이다.

이에 반해 호모포니(homophony)는 어떤 한 성부(聲部)가 주선율(主旋律)을 담당하고 다른 성부는 그것을 화성적으로 반주하는 형태의 음악양식을 말한다. 말하자면 여럿이 하는데 주목되는 것은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폴리포니(polyphony)’는 ‘다수’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polys’와 ‘phonos’를 합성한 말로서, 여러 개의 선율이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적으로 결함되는 짜임새를 가리킨다.

음악의 얘기를 떠나 이것을 일상 가운데 대비해보면 우리는 생의 순간에 놓인 철학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달을 탐사하는 한 개의 팀이 있다고 치자. 이 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폴리포니일 것이다. 개별성만 드러나는 모노포니도 중요하지만 전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호모포니일 것이다. 누구 하나가 특별하게 도드라지는 것은 그리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우를 바꾸어 지역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때는 다른 어느 것보다는 호모포니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 퍼진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유인원들은 나날이 진화하는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가는 것을 담고 있는 ‘혹성탈출’에서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한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고 보면 대개 재난영화를 비롯한 영상매체에서는 호모포니가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이물을 통해 독자들은 대부분 대리 만족이나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호모포니는 다분히 비민주적이다. 하나만 중요하고 나머지는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한사람 한사람이 다 중요한 것이다.

김주영의 ‘객주’에서 주인공 천봉삼은 보부상으로 정의감, 의협심이 있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역경을 이겨내는 남성적 특징을 지닌 선량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완벽한 인물은 호모포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가 적재적소에서 벌이는 활약상에 대해 후련하고 통쾌함을 느끼지만 우리와는 멀리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에서 영달이나 정씨나 백화는 폴리포니다. 이들의 각자가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는 것은 못난 우리들의 모습이 바로 거기에 담겨있고 여기에 풀뿌리로 살아가는 민중이 오롯이 담겨있기에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한 사람만 중요시 되고 주변부는 무시되는 호모포니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주변이 호응하지 않으면 변화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노포니만 존재해 다 개별성이나 개성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각자가 옳다고 떠들면 시끄러워진다. 배가 산으로 간다.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는 폴로포니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조화와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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