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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금수저는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장자(莊子)에는 ‘지리소’라는 인물이 나온다. “어깨는 정수리보다 높고 두 넓적다리는 겨드랑이에 달렸다”고 할 만큼 온몸이 뒤틀려 있는 장애인었다. 그 덕에 그는 부역이나 징집에도 면제됐고, 나라에서 병자에게 주는 곡식과 땔나무를 받았다. 게다가 바느질과 빨래질을 잘하고 성실해 일감을 많이 얻어 가족 열 명을 족히 먹여 살릴 수 있었다. “자신의 외모가 형편없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삶의 쓸모에 충실할 수 있었다”라고 장자는 일갈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수저는 부유하거나 권력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을 상징하는 말이다. 금수저로 태어나는 것은 행운이지만, 불행의 씨앗일 때도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도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성취를 기대하게 된다. 자녀가 부모만큼 되지 못하면 자격지심을 느낀다. 우리의 사회문화는 특히 자녀의 성공을 부모의 체면과 연결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유하거나 권력있는 사람들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 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려 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자를 읽고 빗대어 이야기한 듯하다.

하지만 그와 그의 아내는 붕어나 개구리인 딸을 용으로 만들 욕심으로 전방위적으로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 “우린 괜찮으니 너의 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라”라고 가르쳐 주었다면 지금 딸이 온갖 비난의 뭇매를 맞을 일이 없을뿐더러 취준생·비명문 대학생·입시생·비정규직들과 배달원 등 힘든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지겹게도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졸업 후, 어머니는 쌀값이라도 벌어 오겠다고 집을 비울 때가 많아 15살이나 어린 여동생과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배고픔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주인집 농사일을 도우며 간간이 고구마와 쌀을 얻어 연명했다.

뱃가죽이 등에 붙을 정도의 굶주림을 겪으면서도 들판에 널려 놓은 농작물 하나 훔치지 않았다. 그 이후 고졸 검정고시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살아오는 동안 치른 수많은 시험에서 한 번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고 논문표절이나 공직비리 행위를 저지르지도 않았다.

바닥은 튀어 오를 수 있는 발판이라 했던가. 어린 시절에 겪은 바닥 생활은 아픔의 순간들이 있을 때마다 회복탄력성의 원천이 됐고, 미국유학의 축복도 받으며 한 칸 한 칸 승진하며 비교적 고위직으로 명예롭게 공직을 퇴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한때는 처지를 비관해 사회에 대한 강한 분노와 복수심이 타오를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성경말씀과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말이 나를 지켜줬다.

돈 많고 권력 있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올바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을 겪는 자녀들을 보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조국의 딸을 비롯해, 대한항공 조회장의 두 딸, 최순실의 딸 등은 자신들의 이름이 이미 세상에 알려져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최순실의 딸은 외국 도피 생활을 하고 있고, 어떤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함을 비관해 마약·폭력·도박 등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경우도 많다. 부모는 돈이 많든 적든, 권력이 있든 없든, 자신들의 과제와 자녀들의 과제를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힘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오르게 함으로써 성취감의 행복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조국의 말을 일부 인용해 이글의 결론을 갈음하고자 한다.

사회는 공정해야 하고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 푸른 하늘의 흰 구름과 밤하늘의 달을 보며 이 세상을 밝게 하는 일에 우리 모두 힘을 쏟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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