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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뜨락]한 생각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인명을 처참히 살해한 살인마가 과학수사 기법의 발달로 DNA를 특정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으나 이기적인 욕정으로 귀중한 생명을 살상하는 행위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큰 죄악이다.

도쿄제국대학교에서 불교철학을 강의했던 하라 탄잔은 출가 하기전 수재들이 다니는 도쿄대학의 전신인 쇼헤이자카 학문소를 다닐때 한 여성과 사랑에 빠졌으며 장래 까지 약속한 사이로 발전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하루 아침에 여인의 마음이 갑자기 변심했고 이로인해 삶이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탄잔은 여인의 변심에 타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길이 없어 오직 여인을 죽여야 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의 집을 찾아 갔지만 시간이 한참을 지나도록 여인이 돌아 오지 않았다.

탄잔은 그녀의 책장으로 눈길이 가고 무심코 어떤 책을 꺼내 들었고 무작정 펼쳐들고 읽어보니 여색의 해악이 상세하게 적혀 있어 그길로 여인의 집을 나와 다행히 살인을 면하게 된다. 그 책 덕분인지 분노의 불길이 꺼졌고 헛된 꿈에서 깨어났다.

왜 그 여인을 죽이고 싶어 했는지 크게 반성하고 그날로 여자를 향한 마음도 일체 끊어졌으며 그후에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됐다.

누구나 애욕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라탄잔은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는데 죽기 20분전에 도반 스님에게 이러한 편지를 쓴다.

“나의 거푸집이 곧 임종을 맞을 것이니 그 사실을 알리는 바이네”

그리고 고요히 좌정하고 앉은채로 입적 했다. 앉아서 죽는 좌탈은 누구든 쉽지 않다. 좌정 상태로 세상을 떠난 대단한 수행력을 지닌 탄잔 스님도 과거에 배반한 여인을 증오해 그 여인을 죽이러 갔던 날이 있었다니!

성인과 죄인은 마음가짐에 달린것이 아닐까 한다. 한 생각이 결국은 극락과 지옥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승려의 죽음을 열반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나 의미가 변질된 것은 아니다.

승려가 죽는다고 하여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며, 살아 있는 중에도 번뇌를 제거해 괴로움을 벗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후에만 열반에 드는 것은 아니다.

열반이란 번뇌가 사라진 상태이며, 구체적으로는 탐진치, 삼독이 제거돼 고요하고 평화로운 경지이다.

두드러진 특징은 탐착, 혹은 애착으로 인한 갈증이 사라진 상태이지만 애착과 갈증이 없는 삶은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삶이라고 단정 지을 수 도 있지만 애착을 떨쳐버리는 삶은 본능과 업력을 거스르는 것이기에 힘겹고 도전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애욕이든 물질이든 탐착을 버림으로써 비로소 삶의 속박에 얽메이지 않는다.

예컨대,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즐길 때에도 탐착하지 않아야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듯이, 범부와 성인이 맛을 느끼는 것은 같다. 육근으로 표현되는 지각기관의 작용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듯이 지각작용까지는 선악과 각불각(覺不覺)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감수(感受)작용에 일어나는 애착[愛]과 취착[取]하는 한 생각에 의해 열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리라. 깨달음도 한 생각이기에 결국 한생각의 올바름이 남과 자신을 고통에서 해방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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