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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도문을 말하다

도문을 말하다

                               /김윤배

강물은 강물로 흘러 고원을 다 담으면 안 되는 거다

강물이 설렘이라면

아, 강물이 소멸이라면, 망각이라면

안 되는 거다 기다림이라면, 슬픔이라면 안 되는 거다

강물이 안타까움이라면 될까

안타까움으로 역류의 하루다

하루는 일 년이고 백 년이다

안타까움을 놓고 시간을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안타까움을 놓고 죽음을 말하면 안 되는 거다

도문, 저 급류를 놓고 피 흐르는 역사를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어둠이여! 빛이여!

- 김윤배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 휴먼앤북스 낭만시선

 

 

시를 읽다보면 풀길 없는 심사를 달래는 갈증을 느끼게 한다. 사람의 외로움은 생의 본래적인 것일 수도 있고, 이별은 만남에 대한 배태된 숙명적인 결과로 후유증으로 남는다. 가을바람 빗소리에 에버덩문학의집 방가로 창을 때리고 빗물들이 거칠게 떨어진다. 시인은 사랑의 처절함을 공격적으로 은유한다. 어둠이여, 빛이여 구도자적인 염원의 강한 메시지에 울림이 온다. 무덥던 여름날이 가고, 가을날 바람과 태풍이 왔다. 계절의 순환을 삶과 인생에 비유한다면 기다림으로 다가오는 봄은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희망의 다름 아닌 시간들이다. 여름은 치열했고, 가을은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다. 가을을 이해하는 시간에 시인의 시집이 그려진다. 안타까움도, 죽음과의 시간은 버거운 일들이다. 강물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물길끼리 부딪쳐 울면서 엉켜 경쟁도 없이 도도히 떠나가는 강물들이 외기러기에 애타게 우는 소리 같다. 오늘은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 출간으로 문우들과 정을 담는 기쁜 날, 시인의 더 많은 사랑의 갈증으로 두 손 모아 건배를 나눠보자./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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