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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의 생활속 지혜]고독(孤獨)

 

 

 

‘고독’은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매우 쓸쓸함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수필가 이양하의 ‘나무’에서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상황에도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현재의 위치를 지키며 즐길 뿐이다. 특히 새와 달과 바람이라는 친구들이 있지만, 나무는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그러나 나무는 고독하다고 해서 그것을 슬퍼하거나 탄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는 사계절 내내, 그리고 밤낮으로 변함없이 곁을 떠나지 않는 고독을 잘 알고 있기에, 어느 것보다도 그 고독을 잘 견뎌내며, 오히려 그 고독을 즐기며 함께 한다.

보통 도시생활은 자유롭고 달콤하며, 분위기는 화려하고 풍요롭고 즐겁다. 그러나 그 자유롭고 풍요 속에 우리가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결핍과 소외 그리고 고독이다. 고독한 삶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누구나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인들은 왜 고독할까? 고독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이라고 말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멀어짐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는 도시공간만의 비인간화, 사무화경향이 팽배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고독은 ‘홀로 있음’과 ‘외로움’의 의미로 읽혀 부정적이거나 가급적 피해야하는 상태로 이해되곤 한다. 고독을 선택한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 하지 못하는 문제인간으로 별종 취급을 받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회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상식이 고독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근거가 된다.

올리비에 르모가 쓴 ‘자발적 고독’이라는 작품에서 자발적으로 고독을 선택한 사상가들과 탐험가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자신에게 진실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정확히 알기위해서는 세상으로부터 거리감을 두어야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사회로 되돌아갈 필요를 느낄 때 고독을 경험한 이들은 이전과 달라져있다. 고독은 되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내면의 자발적 망명이자, 회심과 변화의 기술이다.

우리네 인생은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악마 같은 형태를 띨 수도, 성스러운 형태를 띨 수도 있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런 고독감과 무력감 그리고 허무감을 극복할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런 부정적 감정들은 ‘시적감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경이라는 기분에 사로 잡혀 세상을 보면 세상은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하는 낯선 곳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의 신비를 경험하며 그 속에서 평온한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시적 감성을 통해 세상과 하나 될 때 우리는 고독감과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경이라는 기분 속에서 보는 세상은 의외로 충만한 곳이기에 허무감 역시 극복할 수 있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람은 착하지 못하고, 굳세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비참과 부조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운명일지라도 우리는 고독을 이기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결의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수필가이신 김형석 교수의 ‘고독이라는 병’에서 ‘고독이라는 병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고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인간적인 사랑을 뛰어 넘은 신의 사랑이 더욱 간절히 필요한 병이 고독이다’라고 말했다.

고독을 아는 사람이 사랑을 안다. 고독하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쏟아 붓는 것과 같다. 삶이 향기 나게 해야 하고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사랑을 하면 모든 움직임이 아름다워 진다. 고독하지 않기 위해 내 사랑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고독감은 무력감, 허무감, 비애감 그리고 좌절과 포기로 이어져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특히 노년의 고독은 처절하고도 위험하다. 고독이 시작점이 되어 일련의 과정들이 전개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시적감각으로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사물을 경이롭게 보며, 신(하나님)에 대한 사랑이나 누군가와 열렬하고도 아낌없는 사랑으로 고독을 이겨내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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