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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윤일균



할머니 시집올 때 해오신 반닫이 손잡이



자루 반질거리는 할아버지 깔딱조선낫



틀니 끼울 수 없는 아버지 잇몸



빈 지게 지고서야 펴지는 엄니 허리



우주를 매단 손잡이



이내 굳은 아내의 속마음



- 윤일균 시집 ‘돌모루 구렁이가 우는 날에는’ / 2019·도서출판b

 

 

시는 서사와 묘사의 만남이다. 시의 역할은 묘사로 상상을, 서사로 사유를 독자에게 전해야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묘사가 과잉된 시가 독자의 상상을 가로막고, 때로는 상상할 필요 없는 서사가 사유(思惟)를 가로막을 때가 있다. 그런데 모처럼 서사와 묘사가 매우 흥미롭게 조화된 시 한편을 읽는다. 시인이 발견한 ‘그믐달’은 하늘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이의 몸과 마음이다. 할머니의 삶이 송두리채 담겨있는 작고 오래된 옷장의 손잡이에서 헛헛한 시간을, 반질거리는 할아버지 조선낫과 아버지의 잇몸에서 발견된 휘어지고 고단한 시간을, 어머니의 휘어진 허리에서, 아내의 오무라진 속마음에서 슬픔이 갉아 먹고 남은 애잔한 세월의 그믐달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화려한 수사이거나 생경한 언어가 아니라, 가까이 있어 놓쳐버린 사랑에 대해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문득 하늘로 가신 부모님의 눈과 고생을 낙으로 산 아내의 입술에 그믐달이 뜨는 것을 보게 된다./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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