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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국적 행정용어, 바로잡자

공직사회에 무국적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니 문제다. 뜻도 모르겠고, 국어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상한 단어들을 보도자료 등에 버젓이 사용하고 있어 기가막힌다. 그 자료를 그대로 베껴쓰는 ‘자칭’ 언론의 꼬락서니는 더욱 한심하다. 지방자치단체와 행정 기관에서 알지도 못하고 알수도 없는 행정 용어들을 아직도, 여전히, 밥먹 듯, 사용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행정안전부가 ‘행정용어 순화어 검색·변환 시스템’까지 마련했을까. 이는 무국적 행정용어 사용이 중앙정부에도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정도를 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어쩌면 이 시스템도 관행에 밀려 쓰레기 취급을 받는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같은 추세는 온라인 정책홍보가 대세를 이루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국어와 영어를 혼용해 소위 ‘우주 언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 첫 화면만 들여다봐도 이같은 예들은 넘쳐난다. ‘야~나DO 사회적경제 청년활동가’나 ‘Let’s DMZ’, ‘경기지역화폐·청년기본소득 우리가 알려줌SHOW’ 등이 그것이다. 문법은 커녕 의미조차 애매모호한 문구들이 당당하게 홍보문구를 대표하고 있다. 지하에서 세종대왕이 벌떡 일어날 일이다. 아니 지금 살아오신다고 해도 “이 글들의 뿌리가 과연 내가 만든 훈민정음이라니 자괴감이 든다”라는 후회 밖에 할 일이 없을 듯 하다.

그나마 경기도는 올해 초 ‘2019년 국어문화 진흥사업 기본계획’을 마련해 다행이다. 일본식 용어와 외래어, 신조어, 약어 등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행정용어와 정책 이름을 순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를통해 보도자료와 공문서, 정책용어 등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공공언어에서 모범을 보이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특히 보도자료에서 외국어 노출 비율을 0.8% 이하로 줄이겠다고 했다. 지난 2014년에는 ‘경기도 국어 바로쓰기 조례’도 만들었다. 여기에 ▲가처분→임시처분 ▲음용수→먹는 물 ▲잔반→남은 음식 ▲인수하다→넘겨받다 ▲인계하다→넘겨주다 ▲차출하다→뽑다 등으로 바꿔써야할 용어 20개를 골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직 ‘글쎄올시다’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점점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잘못 쓰이는 말들이 어디 행정용어 뿐일까. 언어는 그 사회의 얼굴이어서 중요하다. 일제(日帝)와 그 후예의 간교로 교묘히 스며든 잘못된 말의 뿌리를 뽑을 때다. 다음 차례는 그들만의 말잔치, 법령(法令)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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