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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빛나는 전통은 계승되어야 한다

 

 

 

해가 갈수록 조상들이 가꿔 온 거룩한 전통이 현대 물결에 의해 사라지는 추세다. 장터마다 있었던 대장간이 없어지고, 농가에 꼭 있어야 했던 쟁기도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 값진 식기는 놋그릇이었다. 놋그릇은 한 번 구입하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었으며, 품위가 있고 보온이 잘 된다. 그처럼 위엄이 있고 고풍스러워 임금님 상에는 반드시 올랐다.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28 대 22로 1천200도의 고온에서 섞은 후 만들고자 하는 판에 쇳물을 부어 식힌 다음, 망치질로 펴서 원하는 그릇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통일 신라의 유기 제품으로 보이는 청동숟가락, 청동용기, 청동제기 등이 이천 설봉산성에서 출토돼 그 기원을 말해준다. 방짜는 주석이 포함돼 있는데도 거듭되는 망치질과 반복적인 열처리가 방짜가 깨지지 않는 비밀이다.

군포시에는 방짜유기장이 있다. 방짜유기 기능보유자 김문익(78)은 1992년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0호에 지정됐다. 김문익의 방짜 기술은 악기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악기의 음색은 청아하기 그지없다. 군포 방짜는 72 대 28로 주석의 함유량이 더 많다. 주석이 많을수록 깨지기 쉬우나 빛과 소리가 좋아서 고집한다.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때 춤사위에 사용된 바라가 김문익 장인이 만든 것이다. 김덕수나 이광수 사물놀이패의 외국 공연 때 사용된 악기들도 군포방짜 공방에서 만든 것이다. 지금도 승무의 바라 80%는 군포방짜로 그만큼 소리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그의 조카인 이춘복씨가 이어받고 있다.

유기는 구리에 주석 또는 구리에 주석과 아연을 합금한 황동의 일종으로 안성시에 안선맞춤 유기 공방이 있다. 안성유기가 다른 지방 유기에 비해 유명한 이유는 조선 시대에 서울 양반가들의 그릇을 도맡아서 우수한 품질과 아름답고 정교한 모양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안성맞춤’ 유기의 전승자인 김근수(1916-2009)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주물 제작 기술을 인정받아 1983년에 중요 무형문화재 제77호로 지정됐다. 김근수는 현대에 들어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그릇에 밀려 소멸되어 가던 유기 문화의 맥을 계승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평생 유기 산업에 매진하면서 후진을 양성했다. 현재는 전수받은 그의 아들 김수영이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방짜유기인 징과 꽹과리는 풍물놀이에 없어서는 안 될 악기다. 꽹과리 소리는 생활에 활력을 주는 진취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징에서 울려오는 은은한 맥놀이는 가슴을 후벼내고 멀리 사라져 꿈을 심어 주었다. 꽹과리와 징 소리의 조합은 마을의 협동을 일깨우는 구실을 하고 나아가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였기에 없어서는 안 될 악기다.

방짜유기와 유기는 한 번 구입하면 깨지지 않고 고풍스러운 색깔로 이목을 끌기에 실생활에 널리 이용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실용적인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용기와 사기그릇에 밀려 점차 쇠퇴했다. 이런 처지에도 무형문화재들의 끈질긴 투지와 노력으로 이웃의 군포 방짜유기와 안성의 유기가 명맥을 유지해서 다행이다.

특히 군포의 방짜 농악기와 안성의 안성맞춤 유기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지역에서 방짜유기 전수관과 안성맞춤 박물관을 건립해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에 자랑스러운 일이다.

최근에 유기의 이로운 점이 과학적으로 알려졌다. 방짜와 유기에는 나트륨, 구리, 아연 성분이 소량 검출된 것이다. 미네랄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물질로 우리 몸 안에서는 생성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결과는 우리 조상이 놋그릇을 통해 미네랄을 자연적으로 섭취했음을 짐작케 한다. 따라서 건강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가지고 찾고 있는 실태다.

조상의 빛나는 전통은 계승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사자가 연구와 발전에 매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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