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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침묵의 탑

 

 

 

침묵의 탑

                                /김경윤

날마다 아들이 묻힌 소나무 아래 찾아가

한종일 한글아 내 한글아

그리운 이름 부르다 지친 아내는

저물 무렵 빈 등에 돌을 메고 돌아왔다



아내가 방 안에 부려 놓은 돌들은

날이 갈수록 쌓이고 쌓여

이제는 침묵의 탑이 되었다



바늘 뭉치 같은 시간들이 흐르는 밤마다



나는 그 탑 아래서 묵언 정진 중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정(情)은 인간이기를 말하고자 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랑하는 아들 한글이를 가족여행을 끝으로 참화 속에 별리를 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애상한 곡조의 서러움들이 뼈 속을 파고든다. 시인의 내자는 깊은 슬픔에 잠을 자고 깨어나면 어눌한 문밖을 보다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은 소리를 듣는다. 사랑하는 것들이 남긴 몇 가지의 추억들을 눈물로 새겨 보낸다. 나무 밑에서 깊은 숙면으로 잠이 들어 깨어나 희망으로 일어설 것이다. 어디서 시인과 어머니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프고, 애절한 그리움이 끊어진 것일까 가을은 강물이 되고 낙엽으로 물들어가는 만산홍엽인데 가을날 하늘을 보고 누워있던 아들이 그립다. 땅 끝에서 부는 바람은 해남사람만 안다. 황토 길을 걷고, 밤고구마를 먹고, 비포장 도로 길을, 산비탈 가난한 마을사람들의 순박한 사연으로 남겨진 그 길을 한글이가 이어주었다. 가을도 가고, 봄도 돌아올 것인데 어찌! 마음 고운 한글이는 오지 않을까? 스산히 불어 가는 가을바람, 애끊는 탄식이 밥상에 눈물이 다시 떨어진다, 침묵으로 그리움들이 아프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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