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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억울한 20년 옥살이의 진실 꼭 밝혀져야

인근 지역주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1리(현 진안동) 박모양(13)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범인이 윤 모 씨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방범죄라고 발표했다. 윤씨는 1988년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다가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석방됐다. 체포될 때 20대 초반 푸릇푸릇한 청춘이었던 그는 어느덧 50대의 장년이 됐다.

그런데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윤씨는 20여 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윤씨는 가혹한 고문까지 당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상급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부분이 없고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윤씨는 채널A에 출연해 고문과 협박을 이기지 못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관들의 도를 넘은 가혹 행위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그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키고 못하니까 발로 걷어찼다고 한다. “돌아가면서 손바닥으로 때리고 주먹으로 때리고…” “내가 잠을 자려면 깨우고 깨우고. 내가 하도 목이 타서 물 한 병 달라니까 물도 못 주겠다고 하더라” “(경찰이)여기서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는 거야. 한두 명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거지” 이런 고문과 가혹행위, 그리고 회유가 이어지면서 경찰이 불러준 대로 진술서를 쓰고 지장도 강제로 찍었으며 현장검증도 경찰이 짠 각본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말하자 윤씨는 재심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재심 전문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윤씨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박변호사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1999년)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2000년) 등 재심을 주도하면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박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사건에 대한 개인적 욕심 내려놓고 이 사건에 딱 맞는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릴 생각임을 밝힌 뒤 “윤씨 입장에서는 하늘이 준 기회다. 잘 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 윤씨의 한이 풀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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