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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천등산 천년고찰, 안동 봉정사3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가 커지는 사찰들이 많다. 당연히 세월이 지날수록 사찰의 규모도 커져야겠지만, 그래도 과거의 추억을 더듬어 다시 찾았을 때 옛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사찰에 적잖이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러한 면에서 봉정사는 늘 갈 때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지난 여행에 이어 오늘도 봉정사 여행을 이어가보자.

극락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고금당과 화엄강당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극락전과 고금당, 화엄강당이 만들어낸 마당에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이 삼층석탑은 극락전의 단순함과 한 세트처럼 수수한 느낌이다. 상륜부 꼭대기의 장식도 일부만 남아 있다. 이 곳에서는 삼층석탑보다도 더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삼층석탑 앞에 쌓인 돌탑들이다. 지난 5월 영국 앤드루 왕자가 방문했을 때도 이 돌탑에 돌을 쌓았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오셨을 때도 이 돌탑에 소망의 돌을 쌓았다. 그래서 삼층석탑보다도 더 유명세를 탄 돌탑이 됐다.

극락전 마당 좌우에 있는 고금당과 화엄강당은 모두 보물로 지정된 건물들이다. 고금당이 보물 제449호, 화엄강당이 보물 제448호로 지정됐다. 두 건물 모두 조선 중기의 건물이다. 고금당은 참선교육과 수행을 하는 곳이며, 화엄강당은 스님들이 교학을 공부하는 곳이다.

이제 발길을 돌려 영산암으로 가보자. 영산암은 봉정사의 암자이다. 비교적 멀리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영산암에 한 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매력에 빠지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영산암의 첫 번째 매력은 계단이다. 사찰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만나게 되는 계단은 누구에게라도 그리 반가운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영산암 입구의 계단은 다르다. 숲속에 숨겨진 보물이 빼꼼히 머리를 내밀 듯, 계단 끝으로 영산암이 나무들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에 이끌리듯 계단에 발을 들여놓는다. 오솔길을 오르 듯 돌 계단을 하나 하나 밟고 올라가다보면 영산암 내부로 들어가는 우화루를 만나게 된다.

영산암의 계단은 우화루 앞에서 또 한 번의 감동을 불러온다. 우화루 문 앞의 돌계단에서부터 나무 문턱을 넘고, 내부로 들어가 다시 계단을 오르고, 마지막으로 응진전(나한전)으로 오르는 계단까지 이어지는 계단과 영산암의 풍경을 우화루 아래 문 틀 안에 담아보자. 한 폭의 그림을 담은 듯 하다. 더불어 저 문을 통과하면 금방이라도 극락에 닿을 듯한 기분이 든다.

영산암의 두 번째 매력은 마루이다. 송암당과 관심당, 우화루가 마루로 연결돼 있다. 건물의 높낮이가 모두 다르건만 그래도 마루의 높이는 같다. 마루의 높이를 맞춰 동선을 연결했다. 관심당은 쪽마루로, 송암당은 툇마루로 연결돼 있다. 우화루 부분은 계자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멋스러움과 이동시 안전함을 도모했다. 각각의 전각에서 마루와 함께 빚어내는 멋은 바라보는 시점마다, 계절마다 모두 다르게 다가온다.

영산암의 세 번째 매력은 단청이다. 영산암에 들어서면 얼핏 단청이 안 된 양반가의 한옥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다가서면 빛바랜 단청이 눈에 들어온다. 단청 중 가장 압권은 송암당의 툇마루 천장이다. 툇마루 천정에 그려진 용은 영산암이 그냥 산중암자로 끝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영산암의 ‘영산’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시던 영축산을 말한다. 보통 ‘영산’이라 줄여 부른다. 영산암의 중심건물은 응진전이다. 응진전의 위치도 우화루에서 들어서면 정면으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영산암은 영취산에서 석가모니의 설법을 듣는 나한에 초점을 맞춘 곳임을 짐작케 한다.

봉정사는 아담한 사찰이지만 그 유명세는 결코 아담하지 않다. 더불어 문화유산을 여행하고 갖게 되는 다양한 생각과 감성 또한 결코 작지 않다. 봉정사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가? 이를 통해 새롭게 갖는 감성은 어떤 것일까? 이 가을 봉정사로 직접 가서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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