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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松시선]정치 현안과 교회의 역할

 

지난 6월 18일 한국현대사와 교회사를 함께 지켜 온 한국기독교 원로들이 모여 소위 한기총 전광훈 회장의 정치행태를 염려하며 통렬한 회개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계 일부 지도자의 편향된 사상과 오염된 종교행위로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교회는 신자들을 동원하여 정치상황에 직접개입하고 특정정당과 함께 예민한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등 종교의 본질을 왜곡하는 행태를 계속해 여타 신앙인들의 염려가 깊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정치권은 갈등과 대립구조를 조장하고 교회가 그러한 기류에 편승하고 기생하는 반종교적 반역사적 현상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협의는 오간데 없고, 오직 권력의 쟁취나 유지를 위해, 국민 대중을 온갖 정파적 이해관계와 이념적 대결의 틀 속에 끌어들여 편을 갈라 세를 과시하고, 정당과 정파의 편협한 주장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음은 참으로 통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기독교는 사회적 강자와 약자 사이의 불의한 구조에서 벗어나, 동반자적 상생의 틀을 만들어 함께 평화를 나누는 것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기독교가 민족의 독립과 건국, 발전에 이르는 여러 과정에서 적잖이 공헌을 했다는 역사적 평가에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교회는 때로는 외형적 성장에 취하고 때로는 교만하여, 기독교회 본연의 존재가치인 ‘소금’과 ‘빛’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준엄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한기총 전모 목사를 비롯 일부 부흥강사 출신 목사가 광장에 모여 정치적 망발로 한국기독교를 수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더구나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낡은 극단적 적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교회연합기구를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추락시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 일컫지 말라”는 십계명을 위반한 신앙적 타락이다.

교회가 분명히 사회적 역사적 존재로 살아야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 속하며 따라서 교회의 정체성은 종말적 정체성이다. 그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세상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보냄 받은 공동체로 살아야 한다. 따라서 기독교회를 ‘정치화’, ‘정치정당화’, ‘이념집단화’, ‘기업화’ 하는 등의 세속주의적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특히 목회자는 정파나 당파의 일원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일원임을 명심하고, 성직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

신학자 바르트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교회는 “한 손에 신문을, 다른 손에는 성경을” 들고 살되 “말씀으로 세상사를 꿰뚫어 보고 해석하고 답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을 권고했다. 그것은 기독교회의 정치적, 사회적 공공성과 책임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교회는 정교분리를 교회로 하여금 교회되게 하는 바탕으로 삼아, 세상에 소금이 되고 빛을 비춰주는 구원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 말씀으로 돌아가, 그 위에서 세상을 보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지난 세월 동안 정치계를 중심으로, 냉전적 대결논리로 적대주의를 강화하고 이를 악용해왔다. 이제 빈곤과 독재를 넘어 부요하고 민주적인 강국이 됐으며, 분단을 극복해 남북한의 평화체제를 이루려는 시점에 와 있으니,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부디 바라기는 가장 청빈해야 할 성직자가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정치세력과 결탁해 종교적 권위를 오용하는 광장의 목회자는 지금이라도 반(反)예수적이고 반(反)선교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하나님과 성도 앞에 통회하고 자숙할 것은 엄중히 부탁하는 바이다.

필자도 교회의 일원으로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이 세상 삶의 고귀한 가치로 회복되도록 먼저 기도로 통회하며 선교와 봉사를 실천코자 다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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