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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촛불을 든 아들에게

촛불을 든 아들에게

/김창규

촛불을 든 아들에게

너와 함께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밤을 새웠던 그날 정말 아름다웠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모두가 하나였지

김밥도 나누어 먹고 떡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웃었지

커피를 끓여내는 사람도 있었고

바나나와 오이를 내놓으며

컵라면을 내미는 착한 마음들 있었다

명박산성을 넘어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밤새워 촛불을 밝히며 노래 불렀지

아침이슬 내릴 때까지 별을 바라보며

제주 여수 순천 광주 대구 부산 대전 수원 청주 강릉

모든 촛불이 모여들어 백만 송이 장미꽃 향기 뽐내며

5월에서 6월의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지

그날이 바로 오늘이야

촛불을 다시 들고 외치지 않으면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이 분노, 이 혁명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대기업의 하수인

돈 벌러 가야 하는 알바 생산의 지름길이야

학생이 무슨 돈을 벌어

아버지는 촛불을 든 너의 손에서 희망을 본다

장하구나 아들아 정말 장하다

나도 오늘 밤 촛불을 밝히러 가마

할 말은 이것이야 아들아 사랑한다

- 김창규 시집, ‘촛불을 든 아들에게’ / 푸른사상·2019

 

 

 

 

김창규 시인은 길 위의 사제다. 엄혹한 유신정권 말기 신학을 하고, 민주화 운동을 하고, 나눔의 목회를 실천해 온 시인이다. 광주에서 광화문까지,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40여년 목회자로서, 시인으로서 무엇보다 이 땅의 자주와 평화를 위해서 가시밭길을 피하지 않은 신앙과 삶, 문학과 삶이 일치를 이룬 시인이다. 한국 현대사 가운데 그의 목회와 문학은 그저 건물 안에 갇히거나 교인들만의 은혜가 아니라 예수가 가셨던 그 어둠지고 가난하고 소외된 곳에 항상 그가 있었다. 2016년 겨울. 온 국민이 민주주의의 가치와 인권의 소중함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 아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그날의 노래가 오늘 시인의 노래로 남아 다시 우리의 가슴에 불을 당긴다. 세상을 끌어안고 예수의 세상을 꿈꿨던 한 시인의 목회와 역사의 노래 앞에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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