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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 민주주의 탈을 쓴 권위주의

동구에서 서구로 번지고 있는
新권위주의 치밀하게 보여줘
진짜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선
‘역사’를 있는 그대로 봐야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을 고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인류사회 최후의 이데올로기라고 단정했을 때만 해도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비롯한 자유·평등·복지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가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오늘날 경제성장 둔화와 불평등의 확산, 세계화의 부작용 등이 시민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결함과 취약성이 드러나, 권위주의 후계자들이 이를 쉽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에 ‘20세기를 생각한다’, ‘폭정’에서 이미 민주주의의 한계와 위기를 경고한 바 있는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가 권위주의는 어떻게 권력을 잡는지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를 통해 소개한다.

책은 지난 2012년 푸틴의 장기 집권 수립부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16년 브렉시트와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훑으면서 러시아가 민주주의로 가장한 신권위주의를 어떻게 부활시켰는지 치밀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논리적 정합성이나 사실적 근거는 중요하지 않다며 실제 현실과 아무 관련도 없는 대안 현실, 대안 세계를 버젓이 제시하는 것에 주목한다.

이것이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신권위주의를 동구에서 서구로 팽창시킨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정교한 가짜 뉴스가 사방에서 몰아치며 진실을 가리고, 현재의 불평등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엄습할 때 우리는 민주주의로 가장한 권위주의에 이끌리기 쉽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것에 현혹되는 것은 ‘사회는 진보하고 번영은 계속된다’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저자는 지난 2010년대에 세계가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로 변해 간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이 만들어 낸 독특한 개념인 ‘필연의 정치학’과 ‘영원의 정치학’을 제시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승리했고 참여와 번영이 증대하는 사회로 당연히 나아가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 즉 ‘필연의 정치학’에 매몰될 때, 영광스러운 과거이지만 실제로는 처참하기 그지없는 과거의 순간들에 대한 갈망과 동경을 이용해 국가를 지배하는 ‘영원의 정치학’에 너무도 쉽게 이끌리고 만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필연성에서 영원성으로 이어지는 이 생각 없는 여행을 멈추기 위해서 ‘역사’를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본다면, 역사 속에서 우리가 놓인 자리가 어디인지,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얘기한다.

끝으로 저자는 이를 통해 ‘책임의 정치’를 알고, 우리가 갖춰야 할 역사의식을 갖출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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