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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거리 한글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훈민정음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글의 원동력 다룬 시간여행
160권 시대별 교과서 ‘한눈에’

 

 

 

우리의 자랑, 한글은 왜 그토록 우리 민족에게 천시를 받아 왔을까?

구한말에 우리 민족 스스로가 이룩한 근대는 정말 없었을까?

‘어찌 상스러운 글을 쓰려 하십니까’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당시 편찬된 교과서를 근거로 명쾌하게 제시한다.

책은 단순히 한글을 찬양하거나 그 우수성을 무조건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역사의 한 뒤안길에 묻어버리거나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당시 편찬된 교과서로 근거 삼아 끈질기게 파헤치고 있다.

이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지난 1446년에 창제한 후부터 조선왕조시대가 저물어가던 19세기 후반까지, 즉 대략 450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은 한글을 어떻게 수용해 왔는지에 대한 의문과 대답을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한글을 마땅히 사용해야 할 문자로 받아들여 왔던지 아니면 철두철미하게 무시하고 경멸했으며 또 천시해왔던지 그 여부이다.

사실 한글은 당시 ‘암클’, ‘상말글’이라고 불리며 조선사회에서 철저히 무시당했을 뿐만 아니라 조롱거리였다.

그런데 그 환경에서도 한글은 들불처럼 조선팔도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고, 야생화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한글은 온갖 고난의 역경 속에서 조선말까지 억척스럽게 살아남았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질긴 생명력을 가진 한글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책의 시간여행은 먼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구한말 우리 역사는 혼돈의 시기였다.나라는 점점 서구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해가던 비참한 시간이었는데, 그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국가적으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36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의 뿌리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 민족 스스로가 이루지 못한 근대화를 일제가 건설했다는 논리 앞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저자의 두 번째 의문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책은 이 대답을 찾기 위해 대한제국시기에 발행한 160여 권의 교과서를 추적해 나간다.

우리 민족 스스로가 달성하고자 했던 근대는 과연 없었을지, 또 일제가 아니었다면 20세기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전통시대에 머물렀을지 등 책은 그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아울러 책은 시대별 교과서 풍경을 담고 있는 조선시대 교과서와 대한제국시대 교과서 속 이미지들과 함께, 그간 들어본 바 없는 희귀본에 대한 소개까지 겸하고 있어 서지적인 가치로도 매우 뛰어날 뿐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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