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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일기예보

일기예보

/이화은



보도블럭 한 페이지에

지렁이 한 마리 온몸을 밀어 무언가 쓰고 있다

철자법이 맞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들 모두 비라고 읽는다

한 획만으로도 충분히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내일은 꿈틀꿈틀 비 오시는 날

비라고 써도 사랑이라고 읽는 사람에게

긴 긴 연애편지나 써야겠다

- 이화은 시집, ‘미간’

 

 

 

 

세상은 온통 은유로 가득 차있다. 우리는 풀과 나무와 꽃들을 보며 바람의 방향을 알고 계절을 안다. 이렇듯 직접적인 표현이나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채게 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네도 그렇다. 얼굴색이나 표정을 보고 상대방의 속내를 알아채거나 짐작을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러한 미묘함은 사람에 앞서 미물들이 먼저 안다. 지렁이와 개미떼의 행렬, 그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것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은유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다. 보도블록 한 페이지에 지렁이 한 마리가 온몸을 밀어 무언가 쓰고 있다. 철자법이 맞지 않아도 내일의 날씨를 알 수 있게 하는 그 몸짓에서 우리는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화자는 내일 할 일을 생각한다. 비라고 써도 사랑이라고 읽는 사람에게 긴 긴 연애편지나 써야겠다고 한다. 비 오는 날은 괜스레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럴 때 어떠한 표현을 해도 내 마음 한 줄 읽어내는 이가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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