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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원시 쓰레기 분리배출 위반 고백 다행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이거나 조직이거나 마찬가지다. 특히, 자기애(自己愛)가 강할 수록 이 증세는 더욱 심하다. 지나친 자기애는 결국 광기(狂氣)를 불러온다. 얼마전 대한민국 최대 권력기관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수원시가 쓰레기 분리배출과 관련해 고백한 자기반성은 좋게 평가할 만 하다. 제 식구 감싸기에 익숙한 조직들의 행태에 비춰보면 차라리 신선하기까지 하다. 갈무리 해보자. 시 청소자원과가 지난 11일 시청 별관 지하 1층 쓰레기 수거장에서 청사 내 19개 부서가 배출한 종량제 봉투 기운데 무작위로 4개를 골라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확인했다. 일명 ‘공공기관 생활폐기물 샘플링 검사’다. 결과는 실망이었다. 일반 쓰레기 봉투 4개 가운데 3개 봉투에서 있으면 안될 내용물이 나온 것이다.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이물질이 묻은 비닐 등 분리 배출해야 할 쓰레기가 쏟아졌다. 심지어 휴대전화 충전기 등 소형 가전제품도 발견됐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꼴이라 망연자실(茫然自失), 그 자체겠다. 시가 그동안 시민들에게 강조해온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권장’이 공염불이 되는 순간이다.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지키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권장 후 쓰레기반입 중지 조치’를 내렸다. 그런 그들이 이율배반 행위를 했다. 수원시 공직 사회의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자체검열 결과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조직 사회 대부분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은 이 시점이다. ▲덮을 것인가 ▲내부 징계로 그칠 것인가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인가. 갈림길에서 시는 드물게도 제3안을 선택했다. 이런 사실을 ‘쓰레기 종량제 봉투 뜯어보니 재활용 쓰레기가 쏟아졌다’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 세상에 공개하고 철저히 관리감독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믿고 지켜봤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이상,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생활폐기물을 표본 추출하기로 했다. 매주 화·금요일에만 쓰레기를 배출하도록 하고 무작위로 종량제 봉투 4개를 선정, 검사하기로 한 것이다. 검사결과 재활용품이 5% 이상 발견된 부서는 분리배출 교육을 시킬 예정이다. 그래도 쓰레기를 제대로 배출하지 않는 부서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네가 버린 쓰레기 네 집으로 가져가라’라는 강수다.

부끄러움을 알아야 개선이 있고 발전도 있다. ‘후안무치의 계절(厚顔無恥之節)’, 수원시 고백이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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