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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장부개관사시정’(丈夫蓋棺事始定)

 

두보(杜甫)는 ‘군불견간소(君不見簡蘇)’에서 ‘나무는 백 년을 살고 죽어야 그 나무로 거문고가 만들어지며, 사람은 관 뚜껑을 덮어봐야 그 사람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인 ‘개관시사정’은 ‘관의 뚜껑을 덮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독일 속담에는,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다’라는 것이 있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다’는,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의 제목이다. 각자의 인생은, 스스로 납득하면서 살아야 하는 진정한 승부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셰익스피어가 이 교훈적인 제목으로 희곡을 쓰고 대중들에게 연극으로 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 농부도 그 내면의 깊이를 알면 그 어떤 지성인보다도 더한 지혜로움과 삶에 있어서 교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에는 그만큼 지혜로움을 가지고 있는 고수들이 수도 없이 존재하고 있다. 각자의 일생 속에서 ‘오만가지’를 생각하는 각자의 시선에서 본 세상의 그 진리는 깊고 넓다.

인생이란 각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길이며 그 길은 늘 거친 것이다. 살다 보면 세상 속 길은 곧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 굽어 보이는 길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역경 속에 일생을 보냈던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세상의 모든 곧은 길은 굽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 세월 속에 살아온 인간들은 각자의 자존감이 있어서 그들이 지위의 귀천에 따라 존중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러한 교훈이 있다. ‘양갱이’라는 음식이 유래한 이야기이다. 어원은 ‘양갱(羊羹)’으로 양고기의 ‘양(羊)’자와 ‘국(羹)’을 뜻하는 ‘갱’자다. 원래는 중국의 요리로 양고기국을 뜻한다. 이것은 양의 고기를 끓인 국의 종류이지만 식히면 고기의 젤라틴이 굳어 자연스럽게 국물이 굳은 상태가 된다. 중국인들이 이렇게 만든 것은 양고기국을 두루 많이 먹게 하려는 교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거기에는 인간이 귀천에 따라 존중하거나 비하하면 반드시 원한을 사는 것임으로 이를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을 후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중산의 왕이 잔치를 벌였다. 이 연회에 사마자기라는 선비가 초청을 받았다. 연회에서 양고기국을 나누어 먹을 때 국물이 부족해 사마자기에게는 그 몫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사마자기는 임금이 일부러 자신에게 수모를 주기 위해 국을 주지 않은 것이라 여겼고, 이렇게 분을 품은 사마자기는 그길로 초나라로 달려가 초왕을 부추겨 자신의 고향인 중산을 치게 했다. 그리고 중산국은 전쟁에 패하고 왕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의 뒤를 두 명의 병사가 창을 들고 그 뒤를 따르며 지켜주고 있었다.

“그대들은 왜 나를 따르고 있는가?”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저희 아버님이 아사 직전 왕께서 찬밥 한 덩이를 내려주셔서 그 목숨을 살려주셨습니다. 만약 중산왕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든 죽음으로써 보답하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중산의 왕은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탄식했다.

“남에게 무엇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며, 원한을 살 때는 깊고 얕음에 있지 않고 그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 있었다. 내가 양고기국 한 사발에 나라를 망하게 했고, 찬밥 한 그릇에 두 용사를 얻었구나”

인도의 마데 데레사 본부 벽에 붙어 있는 글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작은 사람들의 총탄에 쓰러질 수 있다’고 쓰여져 있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지위가 낮은 이들의 생각을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비극이란 지극히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늘 우연같이도 보이지만 세상은 우연과 같은 필연의 연속과 같다.

‘개관시사정’의 깊은 속뜻은 서로 존중함으로 불안정, 불공정, 불평등과 같은 비문화적인 요소들을 떨쳐버리라는 함축된 의미가 있다. 서로 의견이 다른 상대를 존중하는 것은 사소하지만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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