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가짜개혁’도 개혁이다

 

 

 

취임 일성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약속한 조국 법무부장관은 35일 만에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퇴했다. 조장관은 취임 당일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을 꾸렸고, 지난 달 30일에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했다. 개혁위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확대하는 권고안을 냈고, 형사부 검사파견을 최소화하고,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조장관은 지난 8일에도 개혁위와 대검찰청의 개혁방안을 검토해 직접수사 축소, 수사관행 개혁, 검찰에 대한 감찰확대 등을 발표했다. 사의를 표명한 14일에도 검찰 특수부 축소·폐지를 골자로 한 개혁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도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등 3개를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의 특수부를 폐지하고, 공개소환·포토라인·피의사실공표·심야조사 등 수사관행을 개선하고, 외부 파견검사 전원복귀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중단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와 검찰 간에 조율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검찰개혁의 다양한 내용이 발표됐고, ‘인권보호수사 규칙’이 제정된다고 한다. 조장관은 퇴임하면서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과제가 됐다”고 했다.

- 법무부와 검찰의 검찰개혁방안은 일정부분 한계

조장관 사퇴 이후 여당 원내대표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거론했다. 이것들은 국회에서 할 일이고, 법무부와 검찰이 발표한 것들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조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분명한데도 왜 조국이어야만 했을까?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을지언정 국민의 입장에서 보는 검찰개혁에 조국이라는 인적 요소는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지 66일, 장관에 임명된 지 35일 동안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대립을 보였고, 대립은 제도권을 벗어나 광장정치로 번졌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라진 광장에서 사람들이 갖는 의문은 단순하다. ‘조국사퇴’와 ‘검찰개혁’이 왜 반대개념인가?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왜 조국이 아니면 안 될까?”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치권은 이런 의문을 무시한 채 사태를 키워왔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조장관의 말은 수긍이 된다. 어떤 의미로든 우리 사회에서 이를 계기로 검찰개혁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 인물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가야

야당에서는 이런 검찰개혁방안들이 조장관을 지키기 위한 ‘가짜개혁’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그런데 가짜개혁이면 또 어떤가? 그동안 제기된 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면 어떤 의도이든 누가 하든 상관없다. 말뿐이 아니라 실제 법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이 사회에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방안들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가 문제일 뿐이다. 조장관 사퇴로 검찰개혁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나와 있는 방안들이 다 실행된다 해도 개혁의 완성은 아니다. 조장관 주도로 이뤄진 개혁방안들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들이라면 대통령에 따라 도로 후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검찰개혁’과 ‘나라다운 나라’는 검찰이 권력의 눈치가 아니라 국민들만 바라보고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따라 법에 정해진 기준과 절차만 따르는 검찰권이다.

억울한 사람 없이, 누구나 수용할 수 있고 예측가능한 검찰권이다. 그렇다면 이런 검찰개혁은 당장 완수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완결되는 것도 아니다. 법과 제도는 언제나 장단점이 있고,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장점이 극대화되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끊임없는 토론과 소통이 필요하다.

집권당이나 야당의 일방적 주장대로 추진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특정 사람에 의지하지 않는 법적 시스템을 만드는 일상적인 개혁이 핵심이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각오로 끊임없이 의식을 개혁하고 제도화해서 아무도 되돌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돼야 완성인 것이다. 불쏘시개의 불은 땔감과 바람을 적당히 계속 공급해 주지 않으면 곧바로 꺼져버린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