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백]더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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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신문
  • 승인 2019.10.20 17:45
  • 댓글 0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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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시인
박미경 시인

 

상상의 방이 있다.

어린이에게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동화가 있다면 어른에겐 꿈을 실현시키고 욕망을 채울 잔혹동화가 있다. 이 영화에는 알라딘의 마법램프처럼 우리가 소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 주는 마법의 집 그리고 방이 등장한다. 주인공 케이트 역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오블리비언’으로 익숙한 올가 쿠릴렌코가 그녀의 남편이자 남자 주인공 맷은 케빈 얀센스가 맡았다. 도시의 생활이 여의치 않아 집값이 싼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 케이트와 맷은 그 집에서 벽지로 가려진 방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얼떨결에 자신이 소원하는 작은 것이 이루어 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은 그 방에서 자신들이 갖고자 했으나 어려웠던 물질과 삶을 마음껏 누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보이지 않는 규칙이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은 그 집안에서만 가능하고 유효했던 것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그 곳에서 마음껏 소원하여 생긴 돈이 손에서 먼지가 되어 날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무엇을 소원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가끔 질문하거나 혹은 받는다. 갖고 싶은 것은 더 나은 기종의 핸드폰이나 예쁜 옷, 주방기구, 비싼 가구, 멋진 집, 더 많은 돈이지만 현실은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부족에 대한 결핍을 채우려하고 더 많은 필요에 의해 충분에 대한 목적을 갖고 인간은 진보를 이뤄 왔다고 한다. 생명을 갖고 살아가는 동안의 욕망은 한계가 없다. 그리고 이루거나 달성된 것에는 더 이상 욕망하지 않고 또 새로운 욕망을 대상으로 둔다. 끝나지 않는 욕망을 채우려다 끝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를 드라마나 뉴스에서 보게 되고 나의 욕망은 과하지 않다 스스로 위안하며 불행으로 떨어지는 남의 욕망에 혀를 찬다.

사실 우리가 그토록 소원하고 바라는 것들은 영화에서처럼 주어진 이 세계에서만 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그것을 깨닫고 내가 갖지 못하는 것을 소망하지 않고 욕망을 누르며 초연하게 살기는 어렵다. 지금의 전부라 생각하는 우리의 작은 세상을 벗어나는 순간 내가 갖고자 하던 모든 것은 신기루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그 집에서 모든 것을 누리던 그들은 인간은 소망하지만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을 이루게 된다. 먼저 한 아이를 잃고 더 이상 아이에 대한 희망이 없던 케이트는 그토록 소원하는 아이를 소원의 하나로 갖게 된다. 신의 영역인 생명탄생의 금기의 벽을 깨고 만 것이다. 탐욕의 결말은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는 안되는 것을 아는 맷과 안될 것의 금기를 깨고 자신이 원하던 아이를 양육하고자 하는 케이트는 의견의 대립이 일어나고 비록 허구의 인물이고 물리적인 모자관계는 아니라도 근친상간의 비윤리적인 벽마저 깨고 만다.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전개되지만 불행한 결말은 참으로 답답하다.

영화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들여다보기로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금기의 벽을 넘으려 욕망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느끼게 했다.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것에서 인간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게 된다. 그 어떤 존재에게서 내가 소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면 거기엔 반드시 그 이상의 아픈 댓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잔혹동화이다.

복권에 당첨된 갑자기 생긴 행운으로 동생에게 집을 사주고 새롭게 사업도 시작했지만 어렵게 되었던 형이 동생에게 사 준 집을 담보로 대출했으나 매달 그 이자도 내기 어렵게 되자 불화 끝에 형의 손에 동생이 목숨을 잃었다는 슬픈 뉴스가 나왔다.

내가 가질 만큼의 정도를 알기란 어렵다. 사는 동안은 내일도 살고 모레도 살 것 같기에 내 것이 아닌데도 더 얻으려 하고 더 쌓으려다가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나의 그릇을 알고 만족을 아는 삶이란 우리가 풀지 못할 숙제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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