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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국원(富國園) 유물 무상기증한 큰 마음

일제강점기 수원의 종묘회사 ‘부국원(富國園) 유물 141점’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일하던 할아버지의 유물을 간직하고 있던 손자의 결단으로 이 일이 가능했다. 손자인 이 모씨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숨결이 남아있는 부국원 건물이 근대역사문화전시관으로 바뀐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그래서 1996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간직했던 유물인 괘종시계와 화재해상보험증서, 거래 검수서 등 부국원 관련 물품을 지난달 23일 수원시에 흔쾌히, 무상으로, 기증했다. 부국원에 있던 유물들이 그 자리에 세워진 전시관으로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했을 터다. 기증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 공개를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려는 마음’때문인지 기증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세상을 더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선조의 유품을 시민들과 공유하겠다는 한 사람의 선한 결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세상을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심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기증받은 유물들을 보존처리와 자료해체 작업을 거쳐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공개될 유물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농업 구조와 부국원 경영 사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특히, 부국원 건물에 걸려있던 일본 야마토사(大和社)의 태엽 장치 괘종시계는 보관 상태가 상당히 좋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부국원 건물은 1923년 건립됐다. ㈜부국원의 본사로 1945년 8월 15일 해방 전까지 번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이후 ▲수원법원·검찰 임시청사(1952~1956년) ▲수원교육청(1950년대 말~1963년) ▲공화당 경기도당 당사(1960~1970년대) ▲박내과 의원(1981년~) 등을 거치며 질곡의 세월을 견뎠다. 2015년 개인소유였던 이 건물이 철거위기에 놓이자 수원시가 매입해 복원한 후 2018년 11월 근대문화역사전시관으로 단장, 개관했다. 옛 부국원 건물은 2015년 ‘시민이 뽑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 12선’에 선정됐으며 2017년 10월에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제698호)로 지정됐다.

시민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유물들은 기증인의 할아버지가 1926년 부국원에 입사해 20여년 동안 견뎌냈던 흔적이며 그 시대의 역사다. 기증식에서 부국원에 대한 할아버지의 기억을 소환하며 “소중한 할아버지의 유품이 다시 빛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는 기증인의 따뜻한 마음이 주는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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