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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 담긴 ‘인간’ 정약용

초판 발간 4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아들·형님·제자들에게 보낸 서신 엮어

아들의 훌륭한 성장 기원 ‘심금 울려’
현실주의적 지식인의 올바른 모습 제시

 

 

 

다산 정약용을 만나는 가장 친절한 통로 역할을 해온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가 초판 발간 4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출간됐다.

책은 정약용이 유배 시기 절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들을 엮어, 대학자 이전의 인간적인 다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는데, 각 부에는 아들들이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기를 입에 닳도록 이야기하는 모습부터 다산과 마찬가지로 귀양살이를 했던 둘째 형님 정약전의 안부를 물으며 깊고 넓게 학문을 토론하는 모습, 제자들의 장래를 걱정해 온갖 지혜를 전수하려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것은 단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들들에게 주는 편지글이다.

이 편지들에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슨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빛나는 명언들과 함께 불의와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다산의 매서운 선비정신이 담겨 있다.

특히 어렵고 어두운 유배생활에서 자신의 고달픈 삶을 토로하지 않으면서 아들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아버지의 바람을 자상히 기술하고 있어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어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에는 생계를 꾸리는 방법, 친구를 사귈 때 가려야 할 일 등 다산의 생활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그중 다산 자신의 저서를 후세에 전해달라는 전언과 함께 저술의 과정과 원칙을 정제해 제시하고 있는 부분은 다산 사상의 큰 줄기를 압축해놓은 글로 읽기에 유익하다.

또한 정약용의 강진 유배와 비슷한 시기에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둘째형님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들이 실려 있는데, 여기서 이들 형제의 변함없는 우애를 엿볼 수 있다.

두 형제는 유배지에서도 학자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이러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목민심서’ 등 정약용의 빛나는 저작들이 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약용이 제자와 지인에게 써 보낸 글을 선별해낸 부분이 있는데, 이를 통해 자상한 스승의 마음씨와 다산의 넓고 깊은 학문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지방관 이종영에게 남긴 두 편의 글은 목민관의 자세를 다룬 내용을 담아 ‘목민심서’의 축약처럼 읽힌다.

특히 이 편지들은 다산이 실학자로서 얼마나 튼튼한 현실주의적 사고와 실학사상을 지녔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제도를 맹렬히 비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제도를 통해서만 벼슬길로 나아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 과거공부에 힘을 기울이라고 주장하는 대목 등이 그렇다.

이처럼 불운한 환경 속에서도 생활인이자 소통하는 지식인으로서 아름다운 말들을 남겼던 다산의 자취를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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