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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오금덩이라는 곳

오금덩이라는 곳

                                           /백석

어스름저녁 국수당 돌각담의 수무나무 가지에 녀귀의 탱을 걸고 나물매 갖추어 놓고 비난수를 하는 젊은 새악시들

잘 먹고 가라 서리서리 물러가라 네 소원 풀었으니 다시 침노 말아라



벌개 녘에서 바리깨를 뚜드리는 쇳소리가 나면

누가 눈을 앓어서 부증이 나서 찰거마리를 부르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피성한 눈 에 저린 팔다리에 거마리를 붙인다



여우가 우는 밤이면

잠없는 노친네들은 일어나 팥을 깔이며 방뇨를 한다

여우가 주둥이를 향하고 우는 집에서는 다음날 으레히 흉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이 시는 토속적인 생활상을 그려준 시다. 오금덩이라는 곳은 어느 지명이다. 샤머니즘이 지배하는 우리의 토속적인 공간을 묘사하고 있다는 시로 해석하는데 인간과 사물과 동물들을 망라하는 토속풍경의 원시적인 정취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백석 시인이 인간의 자유의지가 가능한 현실적인 상황들을 대처해 해석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신의 존재성과 영혼의 세계는 어떤 형태로든 부담스러운 신의 영역들이다. 실제로 지금도 부적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고, 자신이 믿는 신앙에 의존해 인간의 가치와 존엄적인 상상의 세계를 확장화 시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에 의해서 생명의 의지력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적인 색체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제주는 1만8천의 신이 살고 있는 제신의 도시다. 산에는 산신당, 바다에는 해신당, 마을에는 본향당이 그것이다. 시를 읽다가 갑자기 무서워진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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