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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어느 공직자의 아름다운 선택

떠날 때를 정확히 알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욕심때문이리라. 그래서 이형기 시인은 ‘낙화(落花)’라는 시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읊었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다. 하여, ‘죽음’과 ‘퇴직’이 잦다. 전자는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희박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정년도 있고 명예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예도 보장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결정을 한 공직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공직생활과 장애 아들이 있는 가정과 부인에 대한 외조, 이 세가지를 충실히 마치고 공로연수 대신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대강의 이력은 이렇다. 1980년 일반 공채를 통해 공직에 입문, 2015년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했다. 2019년 11월 15일 명예퇴임식을 앞두고 있다. 공직생활 39년동안 의왕시와 용인시에서 시장 4명의 비서실장을 했다. 민선이후 심한 정치적 부침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다른 시장의 비서실장을 연임했다는 것은 공직(公職)에 대한 자기 철학이 뚜렷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동료들은 평가한다.

시련은 1989년 둘째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 후 찾아왔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건강했고 성장 속도도 남보다 빨랐다. 그러나 두 돌이 되던 해에 병원에서 받은 탈장 수술이 청천벽력이 됐다. 전신마취로 인한 병마에 시달린 끝에 ‘발달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1993년 종교에 의지하기 시작했지만 형식적이었다. 매달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여전히 ‘장애아를 둔 공무원’이었다.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신에 대한 원망으로 살던 1996년, 불현듯 이 아이가 축복이라는 깨달음(頓悟)을 얻었다. 교만과 고집으로 점철됐던 삶이 겸손과 긍정으로 바뀌는 대전환의 시기였다고 그는 기억한다. 장애 아들을 키운다는 것은 힘들고 고달픈 삶이라 생각했던 무거운 짐들이 한순간 사라졌다. 기적이다. 이후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서울로 이사를 했고 당연히 그는 서울서 출퇴근하는 ‘즐거운 선택’을 했다. 부인은 장애 자녀들의 졸업 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모임과 맺은 인연으로 현재 장애인 복지에 앞장서는 용인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직생활 39년 가운데 29년을 장애인 아빠의 삶과 병행해 온 그가 새 삶을 위해 정든 공직을 떠난다. 후배들에게 “배려와 칭찬으로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용인시 공직문화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와 함께다. 이태용 용인시 푸른공원사업소장의 새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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