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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誠愛칼럼]예술혼의 뜨거움과 구원의 힘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한 시조가 2019년 1월 초 현재 277회를 내보냈다. 햇수로 5년을 훨씬 넘겨 6년이 돼 간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구나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그만 쓰겠노라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 자신을 경계하는 뜻에서 계속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는 단시조 5편을 한 묶음으로 쓰고 있는데 그러자니 틈만 나면 작품에 골몰하기 일쑤다. 여기에 연재한 작품이 인연이 지난 달에는 외솔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외솔기념사업회에서 주는 상인데 외솔선생은 “한글이 목숨이다”라는 말을 강조하신 한글학자이어서 의미가 더 있었다.

외솔 선생의 작품 중에 이런 작품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아랫목은 식당되고, 웃묵은 뒷간이라, / 물통을 책상하여, 책으로 벗삼으니, / 봄바람 가을비 소리, 창 밖으로 지나다”라는 감옥에서 쓴 ‘나날의 살이(日常生活)’라는 작품의 첫 수였다. 아랫목은 식당 되고 윗목은 뒷간으로 쓰는 감옥살이의 비참함을 잘 일러준다. 식당과 뒷간을 구분하고 너와 나를 구분하고 동과 서를 구분하는 오늘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고 편안하게 글을 쓰고 있는가. 그런 미안한 생각이 들어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마음이 내내 뜨거웠다.

이 작품의 셋째 수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벽력 같은 기상 호령, 놀라아 일어나니, / 네 벽만 들러 있고, 말동무 하나 없다. / 외로운 독방 고생은, 새벽마다 새롭네.”

그런데 “벽력 같은 기상 호령”이라니! 혼자 감옥에 있는데 누가 누구를 호령칠 일이 아니건만 선생은 그렇다고 느낀 것이다. 그것도 새벽에. 나도 새벽에 잠을 깬다. 새벽 기도를 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태만히 하면 불호령이 내려온다. 하나님이나 예수님은 아닌데 나약해지려는 나 자신을 사정없이 흔들어대는 손을 느낀다.

지난해 여름에는 탁구를 하면서 이열치열을 했고 올 여름엔 토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러 퇴촌엘 갔다. 한병국 화가의 농막 맨드라미 붉은 밭에서 보냈다. 한병국 화가는 현대미술가협회의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오로지 순수 회화에만 몰입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작가이다. 한국의 전업작가는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되는 수입으로 예술의 길을 걸어간다. 그런데 한병국 화가는 새벽 세 시면 일어나 어김없이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내가 간 날도 우리는 새벽 해장국을 같이 먹고 농막에서 종일 같이 그림을 그렸다. 오후 해가 한참 남아 있는 무렵이었을까. 그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100호짜리 캔버스를 앞에 두고 한병국 화가는 신들린 듯 붓질을 해댔다. 나는 탄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사랑과 정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몰입의 진수란 저런 것인데 나는 언제나 저렇게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를 이끄는 사람들이 모두 다 이런 자기희생과 뜨거운 예술혼에서 눈부신 창작을 이어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에서 한글을 생각하고 시를 쓴 외솔 선생이나 농막에서 밥도 되지 않는 맨드라미 그림에 꽂혀서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리는 한병국 화가나 다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들의 예술혼이 한국의 예술을 꽃피워 왔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도 예술은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구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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