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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바람에게

 

 

 

바람에게

                        /여국현

곧추서서 너를 가르고 싶진 않아

네 힘대로 누르고 넘어가렴

쓰러져줄게

휘어잡는 네 손길 휘두르는 대로

올곧이 휘둘려줄게

꺾으면 꺾여주고

흔들면 흔들려주마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내 깊은 속 뿌리까지 뽑아버리려는 듯

난폭하게 달려드는 너 바람아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네 발길 세지면 세지는 만큼

더 맑게

더 창창하게 노래 부르는 뜻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 여국현 시집 ‘새벽에 깨어’ / 푸른사상·2019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던 김수영 시인의 시「풀」의 대구(對句)시처럼 다가오는 이 시는 오히려 김수영의 풀보다 더 처절하고 순종하는 감성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김소월의 ‘나를 즈려 밟고 가라’는 죽음을 불사한 사랑을 너머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래가 되는 풀의 숙명을 유난스러운 은유(隱喩)없이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네 삶이 언제 바람 한 점 제대로 피한 적이 있던가. 세파가 지나간 자리 언제나 노래가 있었고, 고단함은 노동요(勞動謠)가 되지 않았던가. 여국현 시집에서 발견한 이 시는 바람 앞에 맞서지 않는 민초들의 순명의 맑은 노래를 시인이 대신 부르고 있는 듯하다. 바람을 묵묵히 껴안고 뒹구는 단애(斷崖)의 인생을 노래한 이 시는 바람맞은 슬픈 화공(?工)의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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