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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샘터’ 소생

얼마전, 교양 잡지 ‘샘터’의 휴간 소식을 접한 독자들은 매우 안타까워 했다. 내년이면 창간 50주년을 맞고 2020년 2월호를 내게 된다면 통권 600호가 나오는 국내 최장수 교양지가 올 12월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을 중단한다고 해서다. 휴간 이유는 물론 가중된 경영난이다. 한때 50만부를 찍어낼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2만부 이하로 줄어들어 최악을 기록한데다 연간 3억씩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결국 휴간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위축된 잡지시장의 현실을 피해가지 못한 샘터의 결정에 출판계는 더한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식이 전해지자 샘터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 한 독자들의 격려, 후원이 이어졌다. 정기구독 신청도 쇄도했다. 기업들도 지원의 뜻을 밝혔다. 덕분에 엊그제 휴간 방침이 철회됐다고 한다. 그러면서는 앞으로 계속 발행할 계획도 내놨다. 독자들의 힘을 받아 말라가는 샘물이 다시 솟아오르게 된것이다.

샘터에서 첫 글 샘물이 나온 것은 1970년 4월.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하며 창간호를 내면서 부터다. 당시 책값은 100원. “담배 한 갑보다 싸야 한다”는 김 전 의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책값은 지금도 담배값 보다 싼 3천500원이다.

샘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여러 유명 필진 말고도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한때는 독자들이 보내온 투고만 해도 한 달에 400통이 넘을 정도였다. 매달 50여 편의 글들 가운데는 1975년부터 35년 동안 최장기 연작 기록을 세운 소설가 최인호의 ‘가족’, 법정스님의 ‘산방한담’ 피천득선생의 주옥같은 수필도 있었다, 이밖에 이해인 수녀, 강은교·정호승 시인, 정채봉·장영희 교수 등의 글도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49년이 지난 지금도 샘터의 종이질감과 채 마르지 않은 잉크냄새를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 무수히 많다. 잡지의 힘은 잡지를 읽어주는 독자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독자의 뜨거운 성원으로 이루어진 이번 결정이 빈사상태의 잡지계에 비치는 일말의 희망 빛줄기 같아 반갑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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