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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

/김수복

좀 더 쉬었다 갈게요. 하느님!

늦게 핀 들꽃도 꽃이잖아요

골목 안, 평생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핀

이 개망초꽃 두고 갈까요?

저 분도 바르지 않은 눈물 보이지 않으세요?

전 이 골목 안, 저 오래된 국숫집 담 밑에 핀

어머니 살아 돌아오신 꽃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하느님 좋아하시는 사람꽃도 피었네요

아직도 갈 곳 없어 다가오는 구름도,

아, 그 아득한 첫사랑 파도도 아직 피어 있잖아요.

저 해가 바다 너머 고요히

잠들기 전에 가지 않을래요

아무리 부르셔도 이 골목 안

저 사람꽃 질 때까지

복종하지 않을래요

하루만,

딱 하루만 사람꽃으로 피어 있을래요!



-김수복 시집 ‘외박’ / 창비·2012

 

 

 

 

사람들의 골목에는 사람의 꽃이 피어있다. 그곳에는 어머니 살아오신 꽃과 아득한 사랑의 파도도 피었고 아직은 돌아가기에는 차마 다 피지 못한 자신, 차마 다 지지 못한 꽃들을 향한 강한 연민이 묻어 있는 작품이다. 시인의 노래처럼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승은 우리의 영혼이 잠시 외출 나온 객지는 아닐까? ‘외박’의 시는 마치 외박 나온 병사처럼 복귀의 긴장감으로 하루하루 잠식되어가는 우리 자신이 두려움과 설레임의 변주곡이 되어 공감의 타종을 울리고 있다. 김수복의 시학은 현대사회와 현대시의 다양성속에서도 좋은 시를 감상하기를 원하는 독자에게나 역시 좋은 시 쓰기를 꿈꾸는 시인에게 서정시의 정통성을 발전적으로 보여주는 상상력과 표현의 정경(正經)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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