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짙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11월의 어느 날, 수원·광주·대구 시민 700여 명과 국방부를 찾았다. 수원·광주·대구 시민연합 군공항 이전 촉구 궐기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사실 국방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3월, 수원화성군공항 이전 건의 후 후속절차인 예비이전후보지 선정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때에도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촉구를 위해 국방부를 찾은 적이 있다.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요구 조건은 단 하나였다. 군 공항 이전 사업이라는 국가사무의 주체로서 국방부의 역할을 다 해 조속히 절차를 이행해달라는 것이다. 우스갯 소리로 ‘국방부의 시계는 간다’는 말이 있다. 국방부의 시계에도 예외가 있는 것 같다.
수원화성군공항 이전 사무 추진부서의 시곗바늘은 2017년에 멈춰있다. 2017년 2월, 수원화성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 일대가 선정된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군공항 이전법에 따르면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이후에는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전후보지를 결정하게 되어있다. 국방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이전후보지를 선정하고 종전부지 활용 방안 및 종전부지 매각을 통한 이전주변지역 지원 방안 등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군공항 이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절차는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종전부지 소속 지자체와 예비이전후보지 소속 지자체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에 적시된 군공항 이전을 국방부 수행 업무로 반영, 수원화성군공항의 이전 사무를 추진하는 전담 부서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간의 갈등을 핑계로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서 있다.
국방부가 뒷짐을 지게 만든 지자체간의 갈등은 어디부터 시작되었는가. 군공항 이전 사업이 국가사무라는 법적 근거와 그에 따른 추진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추진 절차를 이행하지 못한 국방부의 탓이 크다.
예비이전후보지 발표 이후 화성시측의 반대 입장에 휩쓸려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사이 수원화성군공항 이전에 관한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수원-화성 간의 골이 깊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두 지자체 사이에서 중재하지는 못할망정 알아서 합의를 하고 오라 하는 것은 책임 회피이자 직무유기다. 그 사이 또 다른 갈등 양상이 포착되었다. 화성시에서 예비이전후보지로 지정된 인근의 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고 나서면서 습지보호지역 지정 권한이 있는 해양수산부와 국방부간의 갈등까지 예견되고 있다.
군공항 이전 사업이 멈춘 동안 상처 받는 것은 전투기 아래 살아가는 수원시민과 화성시민들이었다. 수원화성군공항의 소음피해에 직접 노출된 주민 수는 수원시가 17만 명, 화성시가 7만 여명에 이른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들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순간마다 굉음에 시달리며 혹시나 비행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고통스러운 일상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일명 ‘군 소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더 이상 소송 없이 군공항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지만 지난 60여 년간 피해를 받아온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한편 국방부 입장에서는 군소음법이 본격 시행되게 되면 매년 수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은 커지게 됐다. 이 모든 문제점의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군 공항을 옮기는 것뿐이다. 수원화성군공항이 현재 자리에 있는 한 그 어떠한 해결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올해도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해가 바뀌면 수원화성군공항 이전 사업은 예비이전후보지 지정 이후 만 3년의 세월을 허비한 셈이 된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매듭을 묶은 자가 그 매듭 또한 풀어야 한다는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듯이 군공항 이전 사업의 주체인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됐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국방부가 군공항 이전 사업의 주체로서 제 역할 다 해 수원화성군공항을 조속하게 이전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