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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계곡에 발을 담근 어머니가

두 손을 천천히 물속에 넣고

제 손등에 엉킨 핏줄을 희미하게 들여다본다

물의 뼈마디

팔만 능선의 묵은 근심을 한 움큼 건져 올려

훠이 훠이

소리 내어 훠이 훠이······


- 시집 <스윙바이> 중에서 /천융희

 

 

 

지리산, 구비 구비 사연을 품고 말없이 견디는 어머니 같은 산. 설악산이 남성적 이미지라면 지리산은 한없이 부드럽고 인자한 어머니의 이미지다. 그래서 그런지 먼 옛날부터 지리산에 들어온 사람들은 굶어죽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팔만 능선 골짜기마다 근심이 없을 리 없겠지만 그건 모두 어머니의 몫이라고, 근심 걱정들은 모두 건져 내 멀리 훠이 훠이 날려버리고 나서 그 품안에 든 자식들만은 배불리 먹이고 편안히 잠들게 하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 골짝을 모두 휘돌아 흘러내린 물이 섬진강을 만들고 물길 육백 리를 흘러가며 먹이고 입히고 나서야 비로소 바다에 닿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이 가을을 더 풍요롭게 한다./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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