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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쿠바에서 만난 꼬레아노 정신

조선 독립 애쓴 아버지 임천택
쿠바 혁명 중심의 헤로니모 임
쿠바 한인 정체성 위한 헌신 그려

치열한 삶·뜨거운 조국애 조명
디아스포라 한인에 깊은 감동

헤로니모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전후석

배우 : 헤로니모 임/전후석

바다 건너 낯선 땅 쿠바에서 만난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 준 숨겨진 주인공들을 조명하며, 조국에 대한 그들의 그리움을 전하고 있는 영화 ‘헤로니모’가 오는 21일 개봉한다.

지난 2015년 혼자 쿠바로 여행을 떠난 전후석 감독은 공항 픽업 택시에서 한인 4세 쿠바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가족 모임에 초대 받아 그들의 역사를 접하게 된다.

그것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아바나 법대를 다닌 남미 한인 최초의 대학입학자이자 쿠바 혁명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로, 체게바라와 함께 쿠바 정부의 고위직에서 일한 그녀의 아버지 ‘헤로니모 임(임은조)’의 이야기이다.

전 감독은 그의 이야기와 함께 ‘헤로니모’의 아버지 임천택의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 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 받아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은 지난 1900년대 초 멕시코와 국교도 없던 시절 신문광고에 속은 1033명의 한인들이 부푼 꿈을 안고 멕시코행 배에 오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들 중에는 만 2세의 나이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조국을 떠난 ‘헤로니모’의 아버지 임천택이 있었다.

멕시코의 에네켄(선인장) 농장에서 노예와도 같은 생활을 했던 그들은 4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고국행을 기다렸지만 한일합병으로 인해 돌아갈 곳을 잃게 되고, 에네켄 농장에서는 그들의 대성통곡이 이어졌다.

‘헤로니모’는 쿠바로 재이주해 에네켄(선인장) 농장에서 일하며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쌀 한 숟가락씩을 모아 대한민국임시정부로 독립 운동 자금을 보낸 임천택의 아들이다.

그가 지난 1938년부터 1945년까지 8년 간 보낸 독립 운동 자금은 모두 1천489원70전으로, 이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도 기록돼 있다.

또한 임천택은 한글을 깨치기도 전에 한국을 떠나왔음에도 쿠바 한인들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헤로니모’는 그러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인물로, 젊어서는 자신의 조국이라 할 수 있는 쿠바의 혁명을 위해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은퇴 후에는 한인 사회를 위해 헌신한다.

혁명 성공 후 그는 쿠바 정부에서 산업부 차관을 역임하며 9개의 훈장을 수여하는 등 쿠바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난 1995년 쿠바 한인 대표로 생애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후에는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아 900여 명의 한인들을 모두 직접 찾아가 명부를 만들고, 한글학교를 세우며 한인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영화는 이처럼 전 감독의 순수한 열정으로 탄생해, 그들의 역사이자 우리의 역사인 디아스포라의 치열한 삶을 통해 뜨거운 조국애와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할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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