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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은퇴 공직자, 어떻게 살다 죽어야 할까Ⅱ

 

 

 

 

 

(전편에 이어) 두 번째 해답은 우리가 공직생활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식을 묵혀 두지 말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공직자들은 최소한 법과 논리를 배우며 합리적이고 공익적인 일을 해왔다. ‘공직은 나의 천직이었고 공무원의 경륜은 소중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이 나의 소신이며, 지금도 제2의 공직자라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인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토목, 교통, 건축, 에너지, 생활민원, 철도, 기업지원, 통상, 위생, 범죄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몸으로 익힌 전문성과, 국가 흥망성쇠의 중심에서 꿋꿋하게 일하며 나라를 지켰던 헌신적 삶을 겪었는데, 무엇을 못 하겠는가.

위의 두 작품을 통해 - 비록 허구의 창작물이지만 - 주인공들이 누구에게는 늘고 쓸모없어 보였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생산적인 일을 해냈다는 격려와 영감과 얻을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노인강도단처럼 사고 치는 마음으로 일단 무슨 일이든 시작해 보자.

선배 공직자 한 분은 지인들과 함께 농지를 구매하여 ‘도시농업공동체’를 설립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텃밭을 제공하기도 하고, 학교 등을 찾아가거나 방문자들에게 영농과 마음 치유 교육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선배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양성사업을 하고 있다.

나는 올 4월, 20명의 퇴직공무원과 함께 ‘정책 공감연구소’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퇴직공무원들의 지식과 경험을 자산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의 효과와 체감도를 평가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지금은 ‘버스 운행실태와 승객 승하자 심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 번째 해답은 앞에서 제시된 활동을 통해 얻은 산출물을 우리의 고객이었던 도민에게 나누어 주자는 것이다. 물질과 금전 같은 유형의 것도 좋고 민원상담이나 법률상담 같은 무형의 것도 좋다. 도민의 세금으로 재직 중은 물론 지금까지도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니 그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함은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올해 2월 경기행정동우회 정기총회에서 이재창 전 경기도지사는 일본에는 퇴직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민원상담과 각종 민원서식과 행정자료들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같은 퇴직자들이 해야 할 프로보노(Pro bono,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사회봉사활동)이며, 나는 곧 이곳을 한 번 방문해보려 한다.

전 동물원(보컬그룹) 멤버이자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김창기는 한 신문 칼럼에서 사람은 늙어가면서 이타주의와 유머 등의 성숙한 방어기제가 더 증가한다고 언급했다. 적어도 내가 공익을 위해 반평생을 살아온 퇴직 공무원들을 접하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덜 이기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처럼 흩어졌던 올드보이들이 탁자에 다시 모여 각종 정책과 생활 불편사항을 토론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상시 포럼이나 원탁회의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경기도행정동우회’가 이 사업을 주관하고 퇴직 공직자 간 토론 의제 거리와 기타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봄 직하다.

법정스님은 최인호 작가와의 산방대담에서 ‘육신에는 세월이 있을망정 영혼에는 나이가 없으니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죽는 날까지 탐구를 멈추지 말라’고 깨우친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지지 않네 중에서’)

일반적으로 사람의 일생을 태어나서 30세까지의 성장단계, 60세까지의 경제활동단계, 60세 이후의 은퇴단계 세단계로 구분한다. 60세 이후 은퇴단계를 연금에 의존하며 계획 없이 살 것이 아니라 제2의 경제활동 단계로 승화시켜 가치 있는, 그래서 남에게 복을 주는 멋진 노년 인생을 살아갈 것을 제안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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