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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잎을 떨어뜨려 몸을 비우고 있다. 가지만 남은 나무, 잎이 무성할 땐 보이지 않았던 나무의 여백이 보인다. 깊어진다는 것은 버린다는 것일까.

계절에 마침표가 없듯 겨울 한 철. 속으로 깊어질 나무를 본다. 태양이 순해지고 나무가 잎을 품기 시작하면 물줄기를 뿜어 올리던 나무의 수액이 겨울이 되면 부동액으로 바뀐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무는 그렇게 홀로 견디며 살아내는 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나무가 잎을 버렸을 때 비로소 숲이 보이듯 세월이 깊어질수록 쌓이는 삶의 단면들을 들여다본다. 나무의 나이테가 그러하듯 더러는 넓게 더러는 칼끝 하나 들어갈 여유도 없이 팍팍한 모양새를 만들며 세월이라는 지층을 그려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 오십, 지천명이면 하늘의 뜻을 알 때이고 이순이면 삶의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현명해져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라는 선자들의 말씀과는 달리 한 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아등바등하며 표정이나 행동이 거칠어짐을 느낀다. 오히려 젊은 날엔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도 깊었고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거나 날카롭지 않았는데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면서 이런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끔은 일그러지거나 무표정한 모습에 자신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삶의 질은 더 낳아진 것 같은데 무엇이 나 자신을 바꿔가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몸은 면적은 늘어나고 있는데 마음의 품은 좁아드는 반비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서운하고 아쉬웠던 일들을 곱씹게 되고 그것들이 분노와 억울함으로 표출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흔히들 나잇살은 호르몬 변화에서 오는 몸의 변화의 성격의 변화라고 한다. 갱년기를 거치면서 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되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그것을 감당해내지 못하면 마음과 함께 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성인병에 노출되는 시기라고 한다.

몸이 무기력해지고 짜증을 자주내고 평소보다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나이만큼 세월도 빠르게 달린다고 한다. 사랑하고 기뻐하고 즐겨도 모자랄 시간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들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흔히 말하기를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이 나잇값도 못하고 촐랑댄다거나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이 염치도 없다는 등 나이를 빗댄 말들을 종종 한다. 나이는 세월이 가면 먹지만 제대로 나이를 먹으려면 자신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인 듯하다. 생물학적 나이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제대로 된 나이를 먹어야 품위 있게 늙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에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했듯 성숙한 삶을 지향함을 알면서도 자꾸 무너지는 자신에 채찍을 가해본다.

숲에 들어 나무들을 본다. 가까이에서는 한 그루의 섬세함만 볼 수 있지만 정상에 오르거나 멀리서 보면 숲의 전체를 볼 수 있듯 지난 삶에 발목 잡혀 살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짧지 않은가.

어제보다는 내일을 설계하고 나의 남은 생에 있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날이 오늘임을 잊지 말길 자신에게 당부하며 나잇살 먹은 것이 부끄럽지 않게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살아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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