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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조은길

밥보다 술을 더 좋아하던 남자

보신탕 국물에 흰밥을 말아 먹던 남자

화가 나면 밥상을 뒤엎던 남자

거짓말을 하면 말을 더듬던 남자

산에 가면 산열매 들에 가면 들 열매를

두 손 가득 쥐여 주던 남자

한밤중 불덩이가 된 나를 들쳐 없고

십 리 자갈길을 뛰어서 약방 문을 부수던 남자

그날 네 심장에 쿵쿵 박히던 가쁜 숨소리

나를 불끈 끌어안고 드나들던

딱딱하고 축축한 손길 지워지지 않아

도무지 지워지지 않아

글로는 양성평등 동물 보호를 외치면서도

아직 페미니스트도 채식주의자도 되지 못하였네



지금은 아련히 꿈결에서나 만나는

술쟁이 화쟁이 말더듬이 남자 하나 때문에



- 시집 ‘입으로 쓴 서정시’

 

 

 

 

첫사랑, 내 마음에 처음으로 받아들인 사람으로 하여 앓게 되는 열병. 그 사람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관없이, 아무런 계산 없이, 어떤 징후도 없이, 어느 날 불쑥 내 가슴 속으로 밀고 들어와 자리 잡아 버리는, 그 얼마나 순수하고 순결하고 순정한 빛깔인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찾아오고 그 첫사랑 때문에 어른이 된다. 가끔씩 혼자 들춰보게 되는, 꿈결에서나 만나는 그런 남자지만 첫사랑은 내 가슴에 처음으로 찍은 화인(火印)이라서 죽어도 잊을 수 없다. 시인은 ‘나의 첫사랑은 아버지다’라고 말하지만 나를 이렇게나 애달프게 하고 절절이 보고 싶게 하고 도무지 지워버리지 못하는 그런 남자 하나쯤은 한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도 살만하지 않겠는가.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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